[김민호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 격동(激動). 롤러코스터….2017년은 다른 수식어를 붙일 수 없을 만큼 바람 잘 날 없었던 한 해였다.

새해 첫날부터 거리로 나온 국민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고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났다. 1박2일에 걸쳐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이들의 시선은 바로 ‘역사’적인 3월 10일로 옮겨졌다. 그리고 이날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곧바로 지위를 상실했고 조기 대선으로 이어졌다.

이후 치러진 5월 조기 대선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앞세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관련자들은 속속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 지진 여파로 수능도 사상 처음으로 일주일간 연기됐다. 3년 동안 바다 깊은 곳에 침몰해 있던 세월호는 뭍으로 나와 빛을 보기도 했다. 북한은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한반도 정세를 불안케 했다.

이에 시사플러스는 국내외적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2017년 대한민국의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3월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낭독한 주문)

올 한해 이슈가 됐던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지난해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다.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자금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이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씨가 이 과정에 개입해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국정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이 태블릿PC와 함께 보도되면서 사건은 게이트로 비화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고개를 숙였지만, 검찰과 특검의 칼끝은 그를 정조준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따라 이어진 탄핵심판사건은 지난 3월10일 마무리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수사는 본격화했다. 검찰은 그를 소환 조사한 뒤 592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혐의 등 모두 18가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최씨 역시 박 전 대통령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40년 지기인 두 사람은 법정에서 나란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의 불공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법원은 검찰이 징역 25년을 구형한 최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내년 1월26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궐석재판으로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 재판도 내년 초 1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당선…촛불의 힘

 
"나라를 나라답게"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슬로건,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외쳤던 '이게 나라냐'는 구호에 화답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올해 정치권 가장 큰 이슈는 단연 5월 10일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의 취임이다.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과 5월 9일 조기 대통령 선거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탄핵정국 정권심판론과 촛불민심 속에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당선이 유력시 됐고 5월 10일 오전 8시9분 개표 완료 결과 득표율 41.1%로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정오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은 2008년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청와대를 떠난 지 9년만이다.

청와대 본관에 촛불집회를 형상화한 대형그림이 걸릴 정도로 '촛불'은 새 정부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문 대통령은 9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시민상' 수상 소감으로 "이 상은 제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한국 국민께 드리는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北 6차 핵실험과 국제사회 제재 강화

 
"미국의 노망난 늙다리(dotard)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북한 김정은 노동위원장, 9월21일 전날 트럼프 대통령 유엔 총회 연설 내용에 대한 비난 성명)

9월3일 낮 12시29분 북한이 1년 만에 추가 핵실험을 감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시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끝이 아니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또 다른 ICBM 화성-15형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크게 반발했고,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최고조로 달하게 됐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발사 이후 2개월 넘게 무력시위를 하지 않자 국제사회는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일정 부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보란듯이 ICBM 시험발사를 강행했고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제한했으며, 미국은 북한을 겨냥한 금융제재를 강화하며 돈줄을 죄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상징적 측면에서 이달 2호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하며 대북 압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포항 규모 5.4 지진에 수능 일주일 연기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5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6.12도, 동경 129.36도며 지진 발생 깊이는 9㎞로 확인됐다. 이번 지진의 최대 진도는 경북 6, 강원·경남·대구·부산·울산·충북 4도, 전북 3이다.

이 지진으로 급기야 11월16일로 예정돼 있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전날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됐다. 수능이 사전예고 없이 연기된 것은 1993년 수능이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이번 수능 연기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지시했다. 교육부는 연기된 수능 일정에 따라 예정됐던 대학별 논술·적성·면접 등 수시 모집과 정시 모집 일정도 모두 일주일씩 연기했다.

애초 12월6일 예정됐던 수능 성적 통지는 12월12일로 연기됐고 12월3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정시모집 원서 접수도 내년 1월6일로 미뤄졌다. 다행히 연기된 수능 당일 포항에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

 
한·중 양국은 올 한해 사드 배치로 인해 갈등을 거듭했다. 사드 배치 준비 과정에서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중국은 북한 핵실험 직후인 9월7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 잔여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완료하자 불만을 노골화했다.

중국 당국은 우리 측에 즉각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 수출 길이 좁아들었고 한류 문화인들의 중국 공연은 취소됐으며,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급감했다.

양국은 10월31일 교류 협력 회복을 골자로 하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른바 3불(不)정책(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사드 추가배치 검토,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수용을 중국 측이 요구하고 나서면서 더욱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한동안 지속되던 양국갈등도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부분 누그러지는 분위기를 맞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16일 중국에 국빈방문하는 등 수차례 계속된 양국 정상간회동 등을 통해 점차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적폐청산 수사…국정원 특활비 靑 상납

 
"하아…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습니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1월 29일 검찰에 네 번째 소환돼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 검찰 출석 때는 기자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면서 몇 초간 쳐다봐 구설에 올랐으나 이날은 태도 변화를 보였다. 그는 검찰의 세 번째 영장청구 끝에 15일 새벽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올 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로 분주한 1년을 보냈다.

현재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군(軍)·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등 의혹과 관련,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 등 당시 군 핵심 인사들과 김태효(50)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 참모진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명박(76) 전 대통령은 적폐 사건 수사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칼 끝'이 이 전 대통령에게 닿을지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로, 소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 수사도 벌였다. 특히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른바 '법꾸라지'라 불리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구속했다.

검찰은 박근혜(65) 전 대통령 당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도 수사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특활비 총 40억원을 상납한 포착해 남재준(73)·이병기(70)·이병호(77) 전 국정원장 3인방을 수사했다.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윤선(51)·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들도 현재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원 특활비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과 원전 공론화위 활동

 
탈원전·탈석탄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올 한해 에너지 전환 정책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신규 원전 2기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노후원전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안전성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중 조기 폐쇄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사가 상당 기간 진척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공론화 방식을 채택,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했다. 국민대표로 선정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4차례의 공론조사를 거쳐 19%포인트 차이로 건설 재개에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2017년 24기인 원전을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소득주도성장과 내년 최저임금 7530원

 
"단 1원의 국가 예산이라도 반드시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문대통령, 6월4일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보다 16.4%(1060원) 오른 것이며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뿐 아니라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인 소득주도 성장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 1인 가구 노동자가 받게 되는 월급(209시간 기준)은 올해 보다 22만1540원 오르게 된다. 반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폐업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 대상으로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해 있는 근로자는 임금이 높아질 수 있지만 새로 진입하려는 미취업자나 재취업 희망자에겐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방탄소년단, K팝 열풍 미국까지 점령

 
지난 달 그룹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떴다. 이들은 미국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관객들은 떼창으로 열광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의 첫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무대 매너를 뽐내며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DNA’ 떼창은 물론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휴대폰 카메라에 남기는 등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올해는 K팝 한류 역사에 분기점으로 기록될 해다. 한류그룹 '방탄소년단'이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국제적인 신드롬 이후 주춤했던 한류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SM, YG, JYP 등 이른바 대형기획사가 아닌 중소형 기획사 출신으로 '팝의 본고장' 미국의 심장을 폭격하면서 K팝 기수가 됐다.

'빌보드 200' 7위라는 K팝 역대 최고 순위 기록,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에서 K팝 그룹 최초 단독 공연 등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방탄소년단이 거둔 쾌거를 설명할 수 없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말마따나 K팝 고유 가치를 지키면서, 한국어 노래로 세계인과 교감하며 팬층을 넓혔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최근 고척스카이돔 콘서트로 1막의 마지막 챕터 마침표를 찍은 방탄소년단은 2막에서 한층 목표를 키웠다. "스타디움(약 3~5만석 규모 공연장) 투어", "빌보드 '핫100'에서 톱 10에 진입, '빌보드 200'에서 1위"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광풍과 제재

 
가상화폐 거래로 '떼돈'을 벌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직장인과 주부, 심지어 학생들까지 투기 열풍에 가담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는 현재 100만명 정도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여개 거래소에서 하루 거래되는 금액은 3조~5조원에 이른다.

올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거래에 '광풍'이 불고 있다. 국내 하루 거래 대금만 1조원에서 최대 6조원에 달하며 '묻지마 식' 단타 위주 거래가 횡횡한다. 반면 서버 보안문제나 사기 등 범죄 악용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올 11월 거래소 '빗썸'에선 거래량 폭등으로 서버가 중단돼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정부는 투기·자금세탁·개인정보유출 등 부작용 차단을 위해 거래소 규제에 나섰다. 미성년자 거래는 아예 금지하며 내년부터는 과세 논의도 본격화된다. 일부 시중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투기수요는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비트코인 거래 가격은 현재 2000만원을 넘겨 계속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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