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이후 66일 만에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섰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에 직면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수사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특히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보단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시키며 '문재인 정부 대 이명박'이라는 정치적 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를 목표로 한 짜맞추기 수사다. (검찰은) 나에게 물어라”며 자신을 직접 조사하라는 뜻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저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서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수행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저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저희 정부의 공직자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라며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제게 물어보라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등이 잇달아 구속된 뒤 나온 이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서 '정치보복', '정치공작', '짜맞추기식 수사' 등의 발언이 쏟아지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정치적 공방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지적 쟁점을 등에 업은 검찰이 향후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곧장 수사의 칼끝을 겨눌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A4 용지 한장짜리 입장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내부 집무실로 들어간 뒤, 저녁 6시30분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사무실을 떠났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반발과 상관없이 수사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대학생 특강을 마친 뒤 이 전 대통령의 ‘짜맞추기 정치보복 수사’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 했다.

전날 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을 구속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최근 김희중 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조사하면서 “2011년 10월 국정원 특활비를 달러로 바꿔 10만달러(1억여원) 정도를 (대통령 부부가 머물고 있는) 관저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이 전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앞둔 때로, 검찰은 이 자금이 이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국정원 상납 혐의와 관련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 최측근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이 전 대통령 쪽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 ‘다스 수사팀’(팀장 문찬석)은 이날 오전 경북 경주에 있는 다스 협력업체 아이엠(IM)과 관련자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이엠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 이동형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자동차 부품 업체다.

한편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갖고 "이 전 대통령의 사과 없는 기자회견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더 이상 국민을 기망하지 말고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들의 명령에 대해 정치공작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이 어처구니없을 뿐"이라며 "검찰은 흔들림 없이 모든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같은날 전북시당에서 열린 호남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MB(이 전 대통령)가 그 둘(김 전 기획관·김 전 비서관)과 의논해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4억~5억원 받은 것은 아무런 범죄혐의가 되지 않는다"며 "사전에 공모한 것은 범죄지만 나중에 보고받은 것으로 MB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좀 과하다"고 했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정권 초기에는 언제나 사냥개가 자발적으로 설쳐 온 것이 한국 사정기관의 관례였지만 이번 정권 처럼 일개 비서관의 지시 아래 정치보복 목적으로 노골적으로 사냥개 노릇을 대놓고 자행하는 정권은 처음 본다"며 "권력이 영원 할 것 같지만 한순간이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을 찾은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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