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평화당 창당대회에서 조배숙 창당준비위원장이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민호 기자]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해 국민의당을 탈당한 호남 의원들이 6일 민주평화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독자생존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민평당 조배숙 대표는 이날 지방선거 승리, 당 지지율 상승, 외연 확대 등을 당의 과제로 제시했다. 현역 15명에 '몸 따로 마음 따로'인 비례대표 3인까지 더해져 당초 예상보다 파괴력을 갖추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평당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신(新)4당 체제에서 캐스팅 보터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불발돼 존재감에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텃밭인 호남 지역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이날 민평당에 합류한 현역 의원 15명의 지역구는 전원 호남이다. 서울·경기·광주·전남·전북을 제외하고는 아직 시도당을 창당하지 못했다. ‘호남 자민련’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박지원 전 대표 등은 “호남도 민평당이 살아있어야 혜택이 더 많다는 건 알기 때문에 민평당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대신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미래당을 ‘호남 홀대’ ‘호남 배신’ 등으로 낙인찍고 있다. 호남을 민주당과 민평당 양강 구도로 재편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민평당 합류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이용호 의원과 박주현·이상돈·장정숙 등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까지 포함해도 19석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최소 인원(20석)을 충족하지 못한다.

단 민평당은 향후 손금주·박준영 등 호남권 의원 합류와 비례대표 출당 등을 통해 교섭단체 구성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민평당은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등 당직을 영입인사와 합류인사 몫으로 비워 두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은 민평당에 힘을 실어줄 수 없다는 비례대표 출당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례대표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자의로 당적을 이탈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장정숙 의원 등은 '한 집 두 살림'을 예고하고 있다.

민평당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도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재적과반수는 최소 149석으로 재적의원 296석의 절반인 148석에서 1석을 추가해야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121석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무소속인 정세균 국회의장을 합치면 총 128석이다. 여기에 민평당은 최대 19석을 확보해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부각할 계획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합당 또는 '흡수통합' 논의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민평당 의원 상당수가 민주당 주류인 친문계와 과거 대립각을 세운 바 있지만 제1당 유지와 정국 운영 안정성 강화(민주당), 총선 승리(민평당)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위해 결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평당이 호남권에서 성과를 거두면 독자생존 또는 주도적인 합당을 타진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정치적 생존 기반을 상실한 채 흡수통합 또는 개별 합류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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