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한 인터넷 매체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한때 무역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바라보는 평창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평창올림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미·일·북'의 묘한 입장을 자신의 무역업 경험을 비유해 해석한 글인데, 네티즌들의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본지에서 글쓴이 'curacao'의 해당 글을 정리했다. 

한때 무역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바라보는 평창의 풍경

예전에 중개무역쪽에 잠시 종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나름 재미있더군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써보자면요..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 루트 석탄 가격의 국제 시세는 톤당 20불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9~21불 사이에 주로 딜이 형성되죠. 그런데 어느 특정한 때에 갑자기 수급 불균형으로 톤당 25불이 됩니다. 그러면 수출업자는 땡잡는거고 수입업자는 완전 울상이 되죠.

어쨌든 수출업자와 수입업자를 선정해서 네고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이럴 경우 수출업자는 갑이고 수입업자는 을이 됩니다.

네고에 들어가면 수출업자는 절대 화를 내지 않습니다. 하기 싫으면 말라는 식이죠. 당연한 게, 물건을 사려는 수입업자들이 줄을 나래비로 서 있으니까..

반대로 수입업자는 네고하는 내내 화를 냅니다. 시세가 20불인데 왜 25불을 부르냐고.....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물건은 필요한데 다른 곳에서는 물건을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볼때, 지금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미일의 상황이 딱 이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남한은 중개업자죠. 중간에서 네고해주는....그리고 북한은 수출업잡니다. 미일은 수입업자죠. 북한이 이미 핵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에 협상가격이 엄청나게 뛰었고,,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아쉬울게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북한의 핵탄두만 늘어날 뿐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몸값만 더더더 올라갈 뿐입니다.

반대로 미일은 수입업잡니다. 갑자기 북한과의 협상 가격이 올라서 황당해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일도 압니다. 결국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화가 나는 겁니다.

오늘 평창에서 남북미일의 고위급 인사들이 이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남한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도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고객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합니다.

북한대표 김영남과 김여정은 아주 여유가 있습니다. 험한 소리도 안합니다. 반대로 미일은 남의집 잔치에 왔으면서도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험악한 말들을 하면서 화를 내고 있죠.

저는 이 딜의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됩니다. 저런 경우를 많이 겪어봤거든요. (위에서 말한 석탄의 경우 대부분 수출업자가 원하는 가격에 딜이 성사됩니다. 중개업자가 0.5불 정도를 깍을 수 있다면 행운입니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선이 어느정도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는 갑이니까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핵을 건 딜을 하자고 할 겁니다. 예를 들면 핵무기 감축같은 거죠. 이건 미국으로써는 말도 안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입니다.

 미일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도 안할 것이고 선제적인 핵폐기를 주장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네고는 진전이 안되겠죠.

뭐 지루하고 긴 중간 네고 과정이 있겠지만, 다 생략하고,,결국 제가 볼때, 이 협상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동결을 선언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지금부터의 모든 과정은 이 결말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히 북한으로부터, 이걸 끌어낼 수 있다면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말에 의해 지불해야 할 돈은 한국과 일본이 댈 겁니다.

일본이 화를 내는 이유는 바로 돈을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이유도 누가 더 많은 돈을 내느냐하는 속사정도 일정부분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제네바합의나 6자합의의 과정과 결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더더더 화가 나는 이유가......미국이 시키면 꼼짝없이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본 자신들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남한이 명실상부한 네고시에이터가 됐습니다. 중국이 그 역할을 할 기회도 있었지만, 북한과 혈맹이라는 점이 오히려 한계가 되었죠. 그리고 사실, 북한은 어떤 면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을 더 못마땅해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키를 쥔 북한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게 협상의 전권을 준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이것만 해도 상당히 성공한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타임지가 문재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로 칭한 것은 탁월한 견해였다고 생각되네요)

남한은 북미를 잘 달래가면서, 하지만 때로는 압박도 하면서 북미 합의를 이끌어내고 테이블에 앉혀서 합의서에 싸인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가지 상황적 요소나 주변적 요소들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리하고 의지가 강하므로 꼭 이 딜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겁니다.

북한에게는 한반도 종전 선언과 북미 수교라는 선물을, 그리고 트럼프에게는 북핵 해결에 대한 노벨평화상과 재선의 기회를 선물로...또한 남한은 그 협상의 댓가로 남북한 평화를 얻고 나아가 경제협력,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의 초석을 닦는 환경을 선물로 얻을 수 있는,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가 나온다면(일본만 빼고ㅋ)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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