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중앙통신 캡쳐
[신소희 기자]그토록 다짐을 했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자주 위해 평화를 위해/ 목숨 바친 그댈 못 잊어/
그대 작은 가슴에/  빛을 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지난 10년간 북한에서 유행한 가수 최진희씨의 ‘사랑의 미로’라는 노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가사가 약간 바뀌어 불리고 있으며, 북한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북한에서는 외국 가요의 반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는데도 남한의 대중가요가 상당수 유입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간부들의 눈치를 보느라, '충성의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러한 노래들은 감정을 살릴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 이같은 남한 노래가 '그들만의 애창곡'이 된지 오래다. 그런 까닭에 북한 사람들 사이에는 '북한 노래를 부르면 촌놈이며, 남한 노래를 불러야, 좀 놀 줄 아는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16일 민족의 명절인 설날, 북한의 평양무대에서 한국 가요가 불려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 공연 차 남측에 다녀온 북한 예술단의 귀환 환영 축하공연을 통해서다.

자본주의 문화 확산을 경계하는 북한 사회에서 남한 노래가 그것도 평양한복판 수천명이 모인자리에서 불리는 일은 한마디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1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제23차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 축하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친 삼지연관현악단의 귀환 공연이 16일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진행되었다”며 "최룡해 부위원장을 비롯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예술 부문 일꾼, 창작가, 예술인 등이 관람했다"고 전했다.

▲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부르고 있다.
이날 통신은 “출연자들은 관현악 ‘친근한 선율’에서 ‘아리랑’을 비롯한 세계 명곡들을 손색없이 연주하였으며 남녘 인민들 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 여러 곡의 남조선 노래들도 무대에 올렸다”고도 밝혔다.

다만 출연자들이 공연한 ‘남조선 노래’의 곡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간부와 예술계 종사자가 대상이긴 하지만 북한에서 공개적으로 남측 음악이 무대에 오른 건 이례적이다. 한국 가요 가창은 북한이 단속하는 비사회주의 현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은 당 위원장이 제5차 당 세포위원장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23일 연설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이 정치적 불안정과 혼란을 조성해 사회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비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에 근로단체 조직들을 적극 발동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삼지연관현악단은 지난 8, 11일 강릉ㆍ서울 공연에서 이선희의 ‘J에게’,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 등 한국 가요 여러 곡을 부른 바 있다.

북한의 대중가요에 ‘남북 분계선’이 사라지는 첫 신호가 아닐까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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