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 북한 김여정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한국에서 비밀리에 만나려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약속시간 2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해 만남이 불발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펜스 부통령실,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회담을 할 계획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측에서 이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측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그와 만남을 원한다는 얘기를 중앙정보국(CIA)이 듣고서 회담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이를 중재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미 지난 5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북측의 초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8일 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 회담 장소와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양측은 올림픽 개막식 이튿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회담에 한국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청와대는 양측의 보안 요청을 받아들여 중립적인 회담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시 백악관에서는 소수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9일 백악관 집무실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회담에는 미국측에서 펜스 부통령,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북측에서는 김여정과 김영남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담은 만남 2시간 전 북측에서 취소 통보를 해오면서 결국 불발됐다.

신문은  펜스 부통령이 9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전개 등 압박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온 시점에 회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역시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성명을 인용해 이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이날 AP통신은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  "펜스 부통령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고,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데 실패했다"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당일인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사전 리셉션 자리에 착석하지 않고 5분 만에 자리를 떠, 김 1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과의 만남이 무산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외교 결레'라는 지적과 함께 북미대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대북 압박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 21일 청와대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 기자단에게 보낸 입장 메시지를 통해 "WP 보도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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