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대화 '불씨' 쥔 이방카
[김민호 기자]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한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은 오늘 오전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최측근으로서 미국 정부의 실력자인 이방카 선임고문이 23일 방한에 아버지의 '대북 메시지'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이번 만남은 북미대화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WP는 "펜스 부통령실,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회담을 할 계획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측에서 이를 취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만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특사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서울 회동이 성사 직전 단계까지 간지 불과 2주 만이라는 점에서 북미대화 재추진을 위한 한미 간 조율작업이 긴밀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이번 폐막식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라는 북한 ‘실세를 파견한 것도 이방카 고문과의 북미대화를 위한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이방카 고문에게 미국이 북미대화에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펜스 - 김여정' 접촉을 추진했던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면서 북미대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대화의 모멘텀을 최대한 이어나가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일련의 북미접촉 시도와 무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의 수위와 속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고문과의 회동을 통해 확인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은 이방카 고문의 방한과 북한 문제와의 연계성에 선을 긋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방카 고문이 방한 기간에 북한 문제에 어떠한 관심도 집중할 계획이 없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이방카 고문은 방한 기간 대부분의 시간을 경기관람, 미국 선수나 관중과의 소통 등에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방카 고문 역시 성명을 내고 "올림픽 폐막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는 미국 선수단과 선수들의 성취를 축하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비록 북한의 요청으로 대북접촉을 시도하긴 했지만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굳이 이를 공개화하는 식으로 대화에 매이지 않겠다는 의사로 분석된다.

물론 펜스 부통령이 북미대화가 무산된 이후에도 귀국 전용기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대화하겠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전달하는 차원의 북미대화라는 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실현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양자 모두 일단 대화 의지를 보였고 중재를 통해 성사 직전까지 갔던 점을 반추해 지금이야말로 탐색적 수준의 북미대화 적기라는 점을 이방카 선임고문에게 적극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평화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찾아든 현재의 한반도 평화 기류를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비핵화를 고리로 한 북미관계 개선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호기로 보고 당장 북미대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북미 양국이 대화의 '불씨'만은 꺼뜨리지 않도록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계속해서 모색해 갈 것으로 보인다.

 

 

 ㅔ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