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 신부가 아프리카 선교활동을 함께 간 신도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성폭행 당사자로 지목된 한 신부는 이후 4년간의 선교기간을 마치고 2012년에 귀국해 수원교구의 주임신부로 봉직해 왔다. 그는 故 이태석 신부와 함께 유명 다큐멘터리 '울지마 론즈'에도 소개될 정도로 존경받는 사제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천주교 신자 김민경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활동했던 한 모 신부가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자신을 수차례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고발했다.

김민경 씨는 7년 전인 2011년 4월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선교 봉사를 떠났다. 트럭을 몰고 다니며 생필품을 나르고 학교와 병원을 짓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김 씨에게 한 신부는 김 씨의 숙소를 찾아와 문을 잠그고 저항하는 김씨를 못나가게 막고, 무력으로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새벽 5시까지 김 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흉기를 들어 저항했지만 사제를 찌를 수는 없다는 생각에 흉기를 내려놓았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음날 김 씨는 다른 신부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성폭행 시도는 한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한 신부는 김 씨의 방에 문을 따고 침입하며 성추행하는 등 성폭력을 지속했다. 결국 김 씨는 괴로워하다 계획했던 1년 봉사를 마치지 못하고 11개월 만에 귀국했다.

김 씨는 추후 파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해외 선교 활동에 힘쓴 사람들에 해가 될까봐 오랜기간 침묵했다가 최근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어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저도 무덤까지 가지고 갔을지 모른다"며 "제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당한다면, 저처럼 바보같이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천주교 수원교구는 한 신부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고, 모든 직무를 정지시켰다. 한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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