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캡쳐(이하)
[이미영 기자]"대한민국 언론이 삼성 입안의 혀처럼 굴고 있군요."

지난해 8월 ‘시사인’이 보도해 한차례 논란됐던 삼성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다루면서 진행자인 배우 김의성이 방송에서 한 말이다.

이날 방송은 각 언론사 간부들이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차장)에게 보낸 ‘굴욕’문자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문자 속엔 삼성이 언론을 어떻게 주무르는지, 그리고 언론이 삼성의 눈에 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먼저 방송은 제일모직이 상장된 2014년 12월 이인용 당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장 전 사장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메시지에는 “방송은 K, M, 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한다. 종편은 JTBC가 신경이 쓰여서 김수길 대표께 말씀드렸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신문은 말씀하신대로 자극적인 제목이 나오지 않도록 챙기겠다”라고 나와있다. 실제로 이날 지상파 3사 메인 뉴스에는 제일모직 상장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남매는 5조8999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삼남매가 제일모직에 투자한 전환사채(CB) 매입액 81억원의 733배에 달했다. <스트레이트>는 “제일모직 상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한 중요한 작업이라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봤다.

 
이 팀장은 이 부회장이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2015년 6월 장 전 사장에게 ‘금일 이 부회장님 발표 관련 방송 보도 예정’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KBS 1꼭지, SBS 1꼭지, MBC는 1꼭지로 사과 육성 위주 앵커 정리”라고 썼다. 이날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는 메시지 내용과 똑같은 보도가 나왔다. 이 팀장은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하던 2015년 7월 “사장님, OO 경제 사설은 일단 빼기로 했습니다. 정말로 글로벌 미디어에 이런 이슈가 퍼져 나가면 그때 쓰자고 했습니다”라고 보냈다.

언론의 '삼성 편들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되는 시점을 전후해 정점에 이른다. 일단 일부 매체에서 관련 취재 담당이 법조팀이 아닌 산업팀으로 교체됐다. MBC는 4일자 뉴스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게 됐을 때는 상당수 언론사 법조팀 기자들이 삼성 출입기자들로 교체됐고, 삼성에 유리한 기사를 쓰게 했다는 현직 기자들의 증언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 기소된 지난해 2월 이후 삼성을 출입하는 산업부 기자들이 법조팀 기자 대신 이 부회장 재판을 취재하는 데 투입됐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 언론사 산업부 기자는 <스트레이트>에 “그 분들(삼성 홍보담당자들)이 가셨어요. 두 분이 가시고 편집국장이 저한테 한 얘기가 ‘이재용 재판 끝날 때까지만 이재용 편에서 써주자’ 딱 이 한마디였다”라고 말했다.

또 최기화 당시 MBC 보도국장이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형님,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 별로 보탬도 되지 않는데, 늘 신세만 집니다.","형님,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좋은 공연 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날<스트레이트>는 다른 설명도 덧붙였다.

"기자들이 장충기 사장하고 밥 한 번 먹거나 전화통화를 하면 자기들의 신분이 상승했다고 착각합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