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컷뉴스 캡쳐
[신소희 기자]지난 2009년 드라마 기획사 관계자 12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단역배우가스스로 목숨을 끊고 뒤이어 동생까지 목숨을 끊은 일명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이 ‘미투’와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씨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발 성폭행 가해자들을 업계에서 내쳐주십시오”라고 호소하면서 당시 경찰의 부실한 수사 논란과 함께 재수사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날 장연록 씨의 말에 의하면 “장 씨의 큰 딸 A씨는 연기자 지망생인 동생 B씨의 권유로 2004년 무렵부터 방송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단역배우들을 관리하는 기획사의 반장, 보조반장 등 12명이 3개월 동안 A씨를 성폭행, 성추행했다. 반항하면 칼을 들이밀며 ‘동생을 팔아 넘기겠다.’ ‘집에 불 지르겠다’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2009년 8월 28일 18층, 18시 18분 18초에 목숨을 끊었다. 그의 지갑 속에도 돈 8000원이 있었다. 장씨는 “유서에 ‘죽는 길만이 사는 길이다’라는 글과 함께 욕을 표현한 것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후 6일 만에 언니를 회사에 소개했다는 죄책감에 동생 B씨도 “엄마, 원수 갚고 20년 후에 만나자”며 언니를 따랐다.

장씨는 “고소했기 때문에 죄인은 엄마다. 제가 고소를 안 했으면 제 딸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폭행 가해자들은 12명이지만 죽게 한 것은 경찰”이라고 말했다.

장 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A씨에게 가해자 성기를 색깔, 둘레, 사이즈까지 정확하게 그려오라며 A4 용지와 자를 줬다. 또 칸막이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조사를 받았다고 장씨는 주장했다. 경찰이 용의자에게 “성폭행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라”며 ‘킥킥’ 웃었고, 중간에 장씨가 A씨를 데리고 나왔으나 A씨는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차도로 뛰어들기도 했다. 결국 조사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2년 만인 2006년 고소를 취하했으나 딸은 3년 뒤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도 뇌출혈로 두 달 뒤 딸들을 뒤따라갔다.

이후 장 씨도 건강 상태가 악화됐지만 1인 시위에 나섰다. 분을 삭일 길이 없던 장 씨는 가해자들의 실명이 적힌 피켓을 들었지만 오히려 가해자들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이후 가해자 12명의 행방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장 씨는 “가해자들은 떵떵거리며 삽니다”라고 밥했다

장씨는 “가해자 12명이 여의도 업계에서 수장 노릇하면서 떵떵거리며 산다”며 “몇몇은 기획사에서 일하고, 한 사람은 기획사 대표”라고 전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고소가 취하되는 바람에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해도 도의적으로 반성하는 기미가 없었냐’는 물음에 “인면수심이다.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단역배우 자매 사건에 대한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청원인이 아무리 많아도 법적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장씨는 “없어도 좋다. 국민 여러분이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하다”며 “청원은 일단 20만명 될 때까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애들은 경찰이 죽였다. 경찰이 아니었으면 지금 제 옆에 두 딸이 살고 있다고 외치고 싶다”며 “ 가해자들이 아직 드라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꼭 이 성폭행 가해자들에게 일을 줘야지만 드라마가 완성됩니까? 제발 이 사람들을 여의도 업계에서 내쳐주십시오, 이렇게 외치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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