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하면서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이 누구에 의해 이뤄지는지가 관심이다.

이 회장 경영 공백에 대한 외부의 우려와 달리 삼성이 비상대책 회의 한 번 열지 않을 정도로 ‘평온’하다.

이 회장 입원 나흘째인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 그룹 임원들도 이날 아침 대부분 평소처럼 6시30분 이전에 출근해 ‘사장단 회의’를 마쳤다.

굳이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취재진들 정도.

보여지는 모습처럼 삼성의 내부 움직임도 평온한가.

▲ 이재용 부회장
재계에선 이건희 회장의 건강 리스크가 4년 만에 다시 발생한 이상 이 회장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경영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장 이건희 회장이 서초사옥 본사로 직접 출근해 경영현안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룹 측은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이와 관련,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통상적인 경영현안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평소 해오던 대로 경영에 임하고 있을뿐 일부에서 관측하는 비상계획 가동이나 특별대책 회의도 예정돼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어 “중요한 문제나 여러 계열사가 걸린 업무의 경우 최지성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사전 협의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회장 공백의 장기화다.

삼성그룹의 경영구도는 그동안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고 있지만, 추가로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도 있다. 사업재편 대상으로 건설·금융 부문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도 이 회장의 건강 악화를 일제히 보도하면서 “이 회장이 출근은 일주일에 1~2회 정도뿐이지만, 인사 및 대형 투자 등 중요 안건을 모두 결재하고 있으며 경영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건강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에도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이 회장은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후 귀국 2주 만인 지난달 그룹의 핵심 참모조직인 미래전략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독자경영’ 체제를 가동한다지만 이 회장의 ‘사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사안들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포스트 리더십'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부친인 이건희 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며 경영 전반을 살폈다. 최근 해외 경쟁업체와의 교류도 넓히는 등 해외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주력계열사 삼성전자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잡음 없이 소화하며 경영수업을 어느 정도 완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부친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에 비하면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바로 이 작품'이라고 내세울만한 성과가 아직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아쉽다. 이재용 회장의 정식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 회장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그늘에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지 안았을 뿐 실제로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 지금과는 다른 '준비된 모습'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만만치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입원 이후 세계의 시선이 삼성그룹에 쏠리고 있다”면서 “자칫 장기화할 수 있는 이 회장 부재 상황에서 삼성이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면 그 자체로 이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고 삼성의 관리 체계도 다시 한번 검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가 삼성에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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