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0일 오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정당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민호 기자]원희룡 제주지사가 “저는 오랜 고뇌 끝에 오늘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원 지사는 10일 오후 2시 제주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개혁정치의 뜻을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재의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잔영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통합의 정치의 길로 매진하겠다”고 이 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또 “제주도민의 더 나은 삶과 제주도의 더 밝은 미래에 집중하며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민생정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넘겠다”며 “제주도민의 더 나은 삶과 제주도의 더 밝은 미래에 집중하며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민생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 자신부터 철저히 거듭나겠다. 국민의 삶 속으로, 제주도민의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겠다”며 “저 자신 자만함으로 스스로 자신의 틀속에  갇힌 것은 없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변화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원 지사는 “진정한 민생과 통합의 정치로 거듭나겠다”며 “지켜봐 주시고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 지사는 이날 탈당 선언에 이어 다음주 께 제주도지사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이에따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제주녹색당, 무소속 후보 등 최대 5파전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우남 전 의원과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이 당내 경선을 거쳐 다음주 확정되고, 자유한국당은 김방훈 제주도당위원장을 공천했다. 당 소속 유일한 광역단체장인 원 지사 탈당에 바른미래당도 별도 후보를 낸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원 지사와 일문일답이다.

-현재 정당 구조에서 개혁 정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한 이유와 바른미래당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앞서 여러 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려면 더 치열한 정체성의 고민과 논의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2등 싸움을 위해 급하게 합당하는 것은 근본적인 과제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해 당에 반대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을 떠나는 것은 가벼운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 고뇌를 하고 논의를 거쳤다."

-유승민 대표는 원 지사가 1대1구도를 운운했다고 말했다는데.

“앞으로의 노선과 근본적인 입장에서 계속 견해차이가 있었고, 당무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 대표는 선거를 걱정하는 입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피력한 것 이외에 특정 선거구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은 없다. 유 대표와 통화도 많이 하고 만나서 제주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질문한 부분은 유 대표께서 저의 상황을 걱정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지방선거 전에는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하는 것인가.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출마 선언을 동시에 하지 않는 것은 바른미래당에도 정리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출마 입장에 대해서는 일주일 전후로 정리해서 도민 여러분께 정확하게 밝히도록 하겠다."

-야권연대 필요하다고 보는지.

“당연히 필요하다. 국회 내에서는 이미 일부 연결이 되고 있지 않은가. 지방선거에서 상대방을 3등으로 밀어내기 위한 야당끼리의 분열 속에서는 전국 단위의 야권연대도 불가능하다. 소탐대실이다."

-자유한국당 후보와 연대나 단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빠른 시기에 입장을 말씀 드리겠다”

-야권연대 가능할까.

“야권연대는 지방선거를 염두하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집권 세력의 오만과 일방적인 행보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에서 말씀드렸다. 선거에서는 연대가 안 될 수도 있다. 저는 더 길게 보고 있으며 현재 시점에서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의견이 달라 함께 더 갈 수가 없다."

-한국당이 연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당은 과거부터 나름대로 보수의 정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국민들의 눈높이에 비춰서 자기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야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과거 틀에 안주하고 있다. 이런 태도로는 어떤 정치세력도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은 근본적인 존립 위기에 처하고 있다."

-정당 낮은 지지율 때문에 탈당하는 것인가.

“유불리를 따진다면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여론조사라는 것이 민심과 국민들의 판단력을 다 담아내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단지 추세의 방향을 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위원장 만나봤나.

“근래에는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못 만났다.”

-유 대표와 안 위원장과는 무슨 말을 나눴나.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아쉽다고 했고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야권의 힘이 빠졌다고 하면서 그 안에서 노력하기보다 밖으로 나오는 것은 상충되는 행동 아닌가.

“탈당은 여권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당에 몸담아 같이 휩쓸려서는 책임감을 느끼고 해야 할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단은 괴로운 결정이다.”

-무소속인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무소속은 당적이 없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대변하고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정당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진행되지 않은 것을 미리 규정해서 틀 속에서 논의하기에는 부적절하다. 결과를 미리 앞질러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각도가 맞지 않다.”

원희룡은 누구?

원희룡은 1964년 2월 14일에 제주 서귀포시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내내 전국 수석을 지키며 기대를 모아오다가 1982년 전국 학력고사까지 수석을 차지하며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신문 인터뷰에서 법사회학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원희룡은 1982년 19세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후 신군부독재로 인해 민주주의가 사라진 시대적 상황 때문에 진로를 바꿨다.

주체사상이 아닌 노동자들 입장에서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하며 살겠다고 결심하고 야학과 노동운동에 투신한 원희룡은 90년 동구권의 몰락을 보고 사상적으로 전환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모색하던 중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다고 생각하고 사법시험에 응시, 준비기간 2년 만에 다시 수석으로 합격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검사 시절 피라미드 판매 조직 소탕 등에 열중하다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개업했다. 그리고 1999년 즈음 당시 젊은 피 수혈에 열을 올리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이루겠다고 천명하며 한나라당에 입당, 2000년 한나라당 16대 양천 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 이후 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줄임말인 남·원·정으로 대표되는 당내 소장 개혁파의 운동을 주도하면서 당 지도부와 부딪히면서 정치 경력을 이어왔고, 2004년 총선 직후에 치러진 당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박근혜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2007년에는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홍준표 전 의원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하며 '한나라당의 희망이자 미래'의 상징으로 주목 받았다. 2011년 6월엔 2012년 총선 불출마를선언하며 당권에 도전해 4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지난 2016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JTBC와 함께 ‘10월 정례 광역자치단체 평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희룡 지사가 65.5%의 긍정평가를 받아 17개 시도지사 중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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