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사 이연향 박사
[김홍배 기자]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회담에서 통역사가 안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단둘만의 ‘도보 회담’에서도 통역사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미북정상회담 주인공인 트럼프와 김정은간의 회담에는 반듯이 통역사가 필요하다.

실제로 중국은 통역사의 잘못을 지적해 사형을 시킨적도 있다. 정상회담에서 통역의 실수는 역사를 변경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트럼프 통역사는 누가될까? 그리고 김정은의 통역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통역을 맡을 미국측 통역사는 한국계인 미 국무부 통역국장 이연향 박사가 맡은 공산이 크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통역도 맡은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 때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통역을 총괄했으며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에서도 담당한 한국어 영어 통역 베테랑이다.

이연향 박사는 서울예고, 연세대 성악과를 나와 다시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합격해 통역사의 길로 들어서 한국에서 활동 후 1996년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에 한영과가 창설될 당시 자리를 옮겨 8년간 제자들을 배출했다. 그때 인연으로 미국무부에서 한국어 외교 통역관이 됐다.

2004년에 일시 귀국해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다가 2009년 다시 국무부에 복귀했다. 트럼프의 통역을 맡을 이연향 박사는 이번에는 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이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매우 중차대한 주제를 다루게 되므로 지금까지의 한국 대통령들의 말을 영어로 미국 대통령들에게 한 통역과는 다른 차원의 한국어 통역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곽중철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가 기고한 글에는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정상 회담의 통역을 맡아온 미국 측 통역 이연향씨가 맞닥뜨릴 문제는 김정은이 쓸 북한 말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북한식 한국어를 직접 영어로 통역할 일은 없지만 북한 측 영어 통역이 정확한지를 어느 정도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트럼프의 적절한 대응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곽 교수는 "그녀는 비록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말을 미국 대통령들에게 많이 통역했지만 북한의 김정은을 통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다. 북한 말의 억양과 여러 용어들이 생경하게 다가오면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 측 통역이 정확하지 못하면 트럼프에게 살짝 귀띔할 수도 있어야 한다. 트럼프는 '수가 틀리면 회담장을 떠나겠다'고 했으니 그 이유가 오역이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토씨 하나도 틀려서는 안 된다는 자세로 빼먹지 않고 통역해야 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동생 김여정이 통역사로 나설 수도

북한의 “수령”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있었으나 그들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은 모두 영어 실력이 보통 수준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인이나 영국인과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둘다 유창한 영어 회화 수준이라는 것이다. 둘다 스위스 유학 덕분에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한국 정보통들이 전하고 있다. 김정은의 영어 실력이 김여정 보다 약간 높다고 알려져 있다.

4일 선데이저널은 김정은은 지난번 마이크 폼페이오 전CIA국장의 비밀 방북 때 만나서 통역사를 두기도 했지만 인사 정도는 영어로 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런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중에 통역없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어 세계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만약 미북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김정은이 통역없이 트럼프와 1대 1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면 트럼프의 환심을 살지도 모른다.

트럼프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한 김정은이 영어로 친근감을 표시할 경우 즉흥적 분위기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의외로 호의를 갖고 김정은과 마주 앉아 “통큰 협상”을 할지도 모른다. 한편 성급한 전망일지 모르나 김정은이 자기 동생을 미북정상회담의 북한측 통역사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특히 누이동생 김여정은 프랑스어까지 유창해 최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 정부 외교 소식통을 인용, 김정은이 김여정을 대미 특사로 워싱턴에 파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는 김여정의 영어실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SCMP는 “김여정은 현재 북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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