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지난해 9월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소 종사여성이 마약투약후 사망한 사건과 관련,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남성에게 지난달 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여성은 치사량의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119에 최초신고를 한 남성이 이 여성을 살해했다고 판단할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판결문에는 재벌3세의 이름이 언급돼 있고, 이 재벌3세의 마약 투약을 의심할 만한 이 남성의 진술이 명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망전날 밤에도 이 재벌3세가 유흥업소 종사여성의 집에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조선일보는 재벌 3세인 이씨가 경찰에서 "사망 여성과 업소에서 만났고 두달 전부터 진지하게 교제했다. 사건발생 전날 사망여성과 데이트를 하고 밤 12시쯤 헤어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씨 몸에서는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으나 마약검사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간은 일단락 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 미주 선데이저널이 이 사건의 편결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사사플러스에서 ‘왜, 재벌 3세 이름이 언급됐을까?’란 제하의 기사를 인용했다.

<다음은 기사 내용 전문이다>

지난해 9월 3일 오전 7시50분쯤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한 빌라에서 27세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119가 출동했을 때 온 몸이 심하게 경직돼 있었고, 호흡과 맥박은 정지된 DOA상태 였다. 뺨과 입술, 목에 찰과상과 멍자국이 발견되자 경찰은 타살을 의심했고, 최초로 119에 신고를 한 남성 34세 홍모씨를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펼쳤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홍씨를 마약투약혐의와 살인혐의로 기소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홍씨에게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마약투약에 대해서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해 사망여인 사건이 다시 미궁에 빠졌다.

무죄선고로 미궁에빠진 사망사건

본보가 입수한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살인혐의 무죄선고를 받은 홍씨는 싱가폴의 유흥업소에서 호스트로 일하는 남성이며, 사망여성은 서울강남의 유흥업소 종사자로 밝혀졌다. 홍씨는 2015년 11월 서울 강남일대의 속칭 호스트빠에서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할 때, 경기도 안양의 한 클럽에 손님으로 놀러갔다가, 역시 손님으로 그곳에 놀러온 사망여성과 알게돼 연인관계로 발전해 각자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교제를 계속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그 뒤 2016년 2월 홍씨는 싱가폴의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게 돼 출국했고, 사망여성은 홍콩으로 출국했으나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고, 2016년 4월 홍씨가 싱가폴에서 귀국한 뒤 연인관계로 발전했으며, 홍씨가 2-3개월에 한번씩 싱가폴에서 귀국해 사망여성과 만나는 식으로 관계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그뒤 사망여성은 지난해 3월말경부터 서울 강남의 룸싸롱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지난 해 6월 사고가 발생한 강남 테헤란로의 빌라로 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결과 홍씨는 지난해 8월 31일 귀국한 뒤 사망여성을 불러내 성남시 중원구의 한 커피숍에 서 데이트를 한 뒤 9월 1일 새벽 사망여성이 거주하는 빌라로 가서 필로폰등을 콜라에 타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9월 2일 홍씨는 사망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종용했고, 결국 9월 3일 새벽 0시50분쯤 사망여성의 빌라로 가서 이 여성을 만나 빌라로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는 이날 새벽 사망여성과 함께 필로폰을 탄 콜라를 각각 한잔씩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새벽 4시께부터 사망여성이 심각한 발작증세를 보여, 진정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119에 신고했고, 119의 도착때까지 119의 전화안내를 받아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119출동때 사실상 사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홍씨가 사망여성에게 치사량 이상의 마약을 먹인 뒤 입을 틀어막고 목을 눌렀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홍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카카오톡에 담긴 문자로 용의자 지목

재판부가 판결문에 명시한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부검결과 사망여성의 몸에서 필로폰과 엑스터시등 2종류의 마약이 치사량 이상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홍씨의 소변에서는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이 검출됐지만 모발에서는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사망여성의 혈액에서도 필로폰과 엑스터시성분이 검출됐지만 모발에서는 마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폰의 최소추정치사량은 1그램, 엑스터시의 최소추정치사량은 0.3그램이라고 부검의는 밝혔다.

수사기관이 홍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것은 사망 전날 밤 홍씨와 사망여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이들이 다투었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홍씨는 싱가폴에서 만난 중국 여성사업가와 연인관계였고, 사망여성은 재벌3세인 이모씨와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으며, 서로가 상대방이 다른 이성을 만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는 9월 2일 오후부터 사망여성에게 여러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서 만날 것을 요구했으나, 사망여성은 이모씨와의 사전약속으로 서울 강남일대에서 데이트 중이었고, 필로폰 투약에 대한 후회, 자책, 자수에 대한 갈등과 이모씨에 대한 죄책감으로 홍씨와의 만남을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홍씨는 이모씨에 대한 질투심과 사망여성에 대한 강한 배신감에 사로잡혀 9월 2일 밤8시부터 자정무렵까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홍씨는 ‘너 X발 진짜 나 지금 제정신 아니라는거 알면서도 이러겠다는 거야, 오늘 가만이 안있는다, 너 호텔이냐 지금, 나 이렇게 두고 술먹구 외박한다는 거야, 넌 지금도 걔 걱정뿐이구나, 그냥 걔랑 호텔 가, 너호텔이냐 지금, 그냥 가서 하세요,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며, 대기업회장님 아드님이고 가족상견례도 하셨다면 서요, 부럽네요, 집앞에 가 있는 걸 바라는 거야, 삼자대면, 나 사고칠거 같애, 너희 집으로 지금 가서 기다릴게, 오늘 만나서 얘기해, 오늘 정확히 들어야겠다, 있다보자 삼자대면, 니가 X같이 구니까 지금’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기업회장님 아드님과 가족상견례를 했다’고 언급하며 강한 질투심을 표현하고 삼자대면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망여성도 ‘약하지 말자, 나도 이럴까봐 안할라고 했던거야 하지말자, 나 경찰서 간다, 나 그냥 약했다고 말하고 병원 다닐거야, 이따가 진짜 거짓말하나 안하고 경찰서 가자, 둘다 그냥 들어가자, 나 여성사업가 걔한테 연락하기 전에 내말도 좀 들어주겠니’라며 필로폰 투약사실을 자수하고 홍씨의 중국여자친구에게 이를 알릴듯한 태도를 보이며 계속 다퉜다는 것이다.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20대여성 살해혐의로 기소된 홍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벌 3세, 사망전날 9시간 은밀한 데이트

이처럼 이 사망사건의 변수 중 하나가 재벌3세 이모씨 이름이 판결문에 담겨 있다. 수사결과 사망 여성은 지난해 7월 14일 이모씨를 유흥업소에서 처음 만났고 7월 29일 연인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망여성이 9월 1일 밤10시쯤 룸싸롱에 출근해 9월 2일 새벽 이모씨를 만나서 함께 있다가 이날 새벽 5시48분 룸싸롱에서 나와서 귀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는 9월 2일 오후 2시39분 사망여성의 빌라로 찾아왔고, 두 사람이 이씨의 사무실과 병원, 스크린사격장등을 함께 다녔고, 이날 밤 9시34분부터 10시23분까지 신사동 족발집에서 족발, 쟁반국수, 음료수 등을 마신뒤 밤 10시35분 사망여성의 빌라에 함께 들어갔던 것으로 드러갔다. 두 사람은 빌라에서 사랑을 나누고, 이씨는 밤11시56분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망여성은 9월 3일 새벽 1시19분 귀가한 이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잘 자라’는 내용의 통화를 34초간 했고, 1시21분 잘 자라는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 에 명시된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다.

문제는 홍씨의 재벌3세에 대한 진술이다. 홍씨는 수사기관에서 사망여성이 자신에게 ‘업소에 오는 손님이 있는데[판결문은 업소손님이 모두 이씨를 말한다고 명시함] 헛개수에 마약을 타서 자신에게 주어서 그것을 계속 먹은 것 같다. 내가 갑자기 그 손님을 좋아해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 홍씨는 사망여성이 ‘나는 원래 오빠만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오늘 만난 손님을 한달 전에 가게에서 만났는데 갑자기 그 사람에게 빠지게 됐고, 성격도 변한 것 같다’라고 말했고, 홍씨가 ‘그 사람이 무슨 약을 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사망여성이 ‘아 그래서 그 사람이 헛개차 같은 것을 줬구나, 그 사람이 가게에 와도 헛개차캔을 주고, 집에 놀러와서도 병같은 것에 헛개차를 싸와서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홍씨는 사망여성에게 마약을 건넨 손님으로 재벌3세 이모씨를 지목한 것이다.

용의자 홍씨, 국내 최대 로펌 선임도 의혹

한편 이씨가 9월2일 밤 12시 이전에 사망여성과 헤어졌음은 CCTV와 휴대전화 추적 등을 통해 명확히 입증됐다. 또 이씨가 떠나고 1시간쯤 지난 9월 3일 0시50분쯤 홍씨가 빌라에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하지만 이웃들은 새벽4시 내지 새벽 4시반 이후 쿵쿵 하는 소리를, 또 일부주민은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 시간은 홍씨가 사망여성의 빌라에 들어간지 3시간 이상이 지난 시점이다. 특히 홍씨와 같은 감방에 수감돼 있던 제소자는 수사기관에서 ‘사망여성이 샤워를 하러 간 사이 홍씨가 머그잔 2개에 콜라에 약을 타서 한잔 마신뒤 침대에 누웠고 샤워하고 나온 피해자가 나머지 한잔을 마신뒤 조금뒤 더 마셨다고 홍씨가 말했다’고 밝힌 점도 홍씨의 살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정황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홍씨가 9월 3일 새벽 2시40분, 새벽 3시44분 휴대폰으로 음악 스트리밍사이트에 접속했다는 사실도 심각하게 다투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살인혐의에 반하는 정황으로 판단됐다.

한편 판결문 확인결과 홍씨의 변호는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 3명이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법인 바른은 국내 최대 로펌 중의 하나로, 변호사비가 다른 중소로펌이나 개인변호사 사무실보다는 훨씬 비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씨가 어느 정도의 재력이 있는지는 알수 없으나 중국여성사업가가 전세자금등으로 1억원상당을 준 점이 판결문에 있는 점으로 미뤄보면 굉장한 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홍씨가 국내 최대로펌의 변호사비용을 어떻게 감당했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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