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회담 취소 김정은보다 먼저 선수치기 바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같은 전격 취소한 배경에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원색적인 비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양국의 싱가포르 실무 회담장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까지 차단하는 등 신뢰를 깬 것도 미국 측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 NBC뉴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아침 백악관 고위 관리들과 몰아치는 듯한 전화통화를 한 뒤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세 단락 분량의 서한을 받아 적게 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수신인은 김 위원장이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논의를 시작한 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전날인 23일 늦은 오후부터 북미정상회담 취소 여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이 논의에 포함됐다고 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아침 전화를 걸어 북미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알렸다.

백악관 고위 관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9시까지 여러 차례 전화통화가 이뤄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백악관은 오전 9시43분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공개했다.

이 결정은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져 미 의회나 주요 동맹국들에게 사전 통보를 하지 못한 채 공개됐다. 미 국무부조차 이날 오전 8시20분 기자들에게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아시아 카운터파트너들과 긍정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알렸을 정도다.

이렇듯 급박하고 갑작스럽게 북미정상회담 취소가 결정된 이유는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선수를 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NBC뉴스는 전했다.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해온 한 인사는 "어제는 이런(회담 취소) 암시가 없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큰 위험, 큰 성과(high risk, high reward)"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 사이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북한과 협상을 주도해온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간에 진전된 상황을 볼턴 보좌관이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차례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으며,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 석방을 도왔다. 반면 북한의 정권교체를 오랫동안 주장해온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약속을 저버리도록 설득했다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