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언론용 '쇼'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했는지 증명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 측에 국제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을 초청해 폐기를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CNN은 2일(현지시간) "북한이 세계 기자들을 초청해 풍계리 지하 핵실험 터널을 폭파하는 것을 목격하도록 했지만, 미국 정보 당국과 국제 군비 통제 기관들의 정보에 따르면 이 구경거리는 단지 '쇼'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군비 통제 기관 관계자는 CNN에 "폭발은 너무 작아서 과학자들이 터널 붕괴와 같은 중요한 지질학적 활동을 식별하기 어려웠다"며 "언론인들이 폭파 지점에서 불과 500m 떨어졌다는 사실은 폭발이 매우 작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 미국 관리는 예비 분석 결과 폭발은 터널을 파괴할 만큼 강력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분석은 지진 감지기를 통해 당시 폭발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추정했다.

또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전 일부 장비들을 지하 터널에서 철수하는 이미지 정보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잠재적 재사용을 위해 장비들을 보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CNN은 지적했다.

정보 당국자들은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탄두와 미사일 등 무기를 포기할 수는 있지만 핵프로그램 재생능력을 포기할 의사는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4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는 24명의 외신 기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국제 사찰단이나 비확산 전문가는 초대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비전문가인 기자들이 핵실험장 폐기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초대한 언론인 중 한명인 벤 트레이시 CBS 기자는 "문제는 이것이 기자들의 모임이었다는 것이다. 핵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우리 앞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핵실험장이 완전히 쓸 수 없게 됐는지, 터널 입구만 파괴해서 다시 고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과거 이라크 무기 사찰에 참가했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갱도 입구와 안쪽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처럼 보여지는 사진들이 공개됐지만 북한의 주장처럼 완전히 폐기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갱도 내부로 연결되는 배선 장치 등이 기자들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지만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핵 실험장이 북한의 주장처럼 완전하게 폐기된 게 아니라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 두 개의 갱도는 수 주 안에 다시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 전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도, 폭발 장면을 담은 영상을 확인한 결과 사용된 폭파 장치 역시 매우 조악해 보였고 아주 작은 규모의 작업으로 보였다며, 이번 폐기 조치로 해당 실험장의 갱도가 수십 미터 정도 무너져 내린 데 그쳤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로퍼 연구원은 자신이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 실험장 해체 작업에 참여했을 당시에도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방사능 물질 등이 유출됐었다며, 이번에도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정확한 실태를 확인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해 당일 저녁 신속하게 보도한 것과는 달리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한 관련 사실을 3일 오전까지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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