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거래’ 등을 시도한‘사법농단’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진상규명 조치를 요구하는 진정이 UN에 처음으로 제기했다.

진정서에는 법관의 독립과 시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함께 행정처가 법관의 재산 현황 등을 뒷조사하거나 법관들의 소모임을 탄압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것, 그리고 ‘법원이 시민들의 재판 내용을 거래의 대상을 삼았다’는 등의 인권침해 내용이 적시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처가 법관의 재산 현황 등을 뒷조사하거나 법관들의 소모임을 탄압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헌법 제103조의 법관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부정.파괴한 것이다.

또한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와 수사기관의 단기적 구금을 허용하는 '체포 전치주의 도입’은 헌법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파괴한 것이며, ‘컴퓨터에 연결된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허용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되 그래도 법무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영장 발부 등의 통제를 강화해 압박 카드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은 영장전담 판사를 간섭 또는 통제하겠는 의도로 법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대법원장이 청와대권력과 결탁하여 앞장 서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를 파괴한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지난 과거 이승만 독재정권과 박정희 등 군사정권 시절 무고한 양민과 양심수를 법으로부터 보호는커녕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어 유죄 및 사형을 구형하여 적지 않은 국민들을 탄압하는데 앞장 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젠 더 이상 사법개혁을 미룰 수가 없다.

현재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또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인에 대한 지명권도 갖는 막강한 자리이다.

우선 사법부의 독립과 중립성을 위하여 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각국의 헌법을 살펴보면 대통령,국왕,총독,내각 등에서 직접 임명하거나 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고 있다.

법관 즉, 판사를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국가는 미국의 30개 이상의 주정부에서 판사의 약 80%를 선거를 통하여 선출하고 있다. 그러나 판사 선거의 정치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거후보자들이 선거운동 중에 논쟁의 여지가 있는 법적.정치적 쟁점의 공표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쟁이 진행중에 있다.

국내 일부 법학자들과 진보적인 사회단체들이 미국 주정부의 사례를 들면서 판사들에 대한 직접 선출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헌법에 도입하기에는 법문화, 정치 사회적으로 현실적 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 직접 선출보다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과 법관의 독립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개선

현행 헌법 104조 ②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4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법관 13인을 대법원장이 제청하도록 되어 있는 현재의 헌법을 사회의 각 계층의 입장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대법관의 제청을 대법관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이를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해야 한다.

대법관추천위원회는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변호사, 법학대학 교수,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및 사회 각 계층의 입장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대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법관 임명절차 개선

법관 임명에 관하여 헌법 제104조 ③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

이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여 법관의 재산을 뒷조사했다는 것은 법관의 인사권을 무기로 악용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법관인사위원회를 설치하여 법관을 제청하고 이를 대법관회의를 통한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법관인사위원회는 변호사,대학법학교수,일반 시민도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법관의 선임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하여 시민이 참가하는 「하급재판소재판관 지명 자문위원회」 제도와 법관에 대한 인사평가를 투명화ㆍ객관화하기 위하여 「재판관의 인사평가제도의 개혁」 등의 사법개혁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관인사위원회에 일반 시민이 참가함으로써 사법부가 좀더 시민들의 감각과 사회상식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는 간접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변호사 임관제도 도입

변호사 경험을 쌓은 사람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지난 1999년 7윌 「사법제도개혁심의회」가 출범하면서 사법개혁이 폭넓고 빠르게 진행되어 왔으며, 여러 가지 제도 중의 하나가 변호사 경험을 쌓은 사람을 법관으로 임명하는 제도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소수의 엘리트가 사법권력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폐해가 적지않다. 폐쇄적인 사업부에 수혈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관의 타직 경험제도 도입

판사나 검사가 일정한 기간 그 신분을 떠나 변호사 등 타 법률전문직 경험을 거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한 곳에서 살거나 한 직장에서 하나의 업무에만 매몰되면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인간 세상에는 항상 갈등과 분쟁이 존재하고 이러한 갈등과 분쟁을 이해하고 조정, 화해,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타 법률전문직 경험을 통하여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그리고 소수자의 입장에서 대변할 수 있는 법관 및 검사의 양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하여 열린 사법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참여 재판제도 확대 도입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배심원 재판제도’인 국민참여 재판 제도를 도입하였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하여 평결을 내리고, 유죄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형벌을 토의하는 등 재판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배심원의 평결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일본의 경우 「재판원이 참가하는 형사재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재판관과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재판원이 함께 형사재판을 하는 국민의 사법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재판원제도는 소송절차에 시민이 참가하는 제도이고, 시민이 재판관과 함께 책임을 분담하면서 재판내용의 결정에 실질적ㆍ주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되었고, 법률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감각과 사회상식이 재판의 내용에 반영될 수 있게 되었다. 재판원제도의 시행에 의해 재판이 시민들이 알기 쉬운 것이 되고, 일반시민의 사법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매년 미국 시민의 25% 정도가 한 번 이상 배심원이 되어 ‘국민이 참여하는 열린 사법‘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수의 엘리트가 사법권력을 독점하고 국민은 따라오면 된다는 식의 독선에서 벗어나 사법부가 국민속으로 내려와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는 좀더 열린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선변호 제도의 확대

현재 경제적인 이유로 변호인을 선입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에게만 「국선변호」가 있으며, 기소전의 체포ㆍ구류단계의 「피의자」에 대해서는 국선변호제도가 마련되어야 있지 않다.

피의자의 방어권 강화와 권리보호 차원에서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관예우 근절책 필요

전관예우는 국가 의사결정의 과정이 전관의 영향력에 의해서 사유화되고 법의 지배가 아니라 연고의 지배가 행해지는 법의 왜곡 현상이다. 그리고 권력에의 접근가능성을 연고주의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듦으로써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

또한 국가권력과 사적 이익의 유착을 가능하게 하고 구조화됨으로써 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경제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헌법체계 자체를 부분적으로 왜곡시키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처럼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는 전관예우를 근절시켜야 한다.

헌법 개정 시 사법개혁에 대한 내용들이 담아지길 소망한다.

(김세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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