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두산에서 뛰었던 멕시코 출신 야구 선수 호르헤 칸투가 멕시코를 살려준 한국의 승리에 크게 감동했다 (사진=호르헤 칸투 트위터 캡처)
[김승혜 기자] 16강 진출 티켓은 없었지만 신태용호는 잘싸웠다. 한국이 FIFA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공방전을 펼친 끝에 값진 승리를 따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7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김영권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승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1승 2패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독일이 못했다고 생각하세요?"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은 독일 함부르크 유스를 시작으로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맹활약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 입단했고,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시작이 독일이었기에 늘 월드컵에서 독일을 만나는 상상을 했다.

꿈은 현실이 됐다. 2연패 후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 상황.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독일과 만났다.

그리고 손흥민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후반 추가시간 6분 쐐기골을 넣으면서 2대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의 꿈은 해피 엔딩이었고, 독일은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악몽을 꿨다.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독일전에서 승리한 뒤 "독일을 상대로 경기를 해보는 것이 인생의 꿈이었다"면서 "월드컵에서 독일을 만났다는 것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기고 싶었다. 독일에서 자라면서 많은 꿈을 키웠고, 독일 팀들에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독일을 이기고 싶은 소원이 있었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선수들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이 멕시코를 구했다!' 한 멕시코 네티즌이 만든 재치있는 합성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한국 축구가 독일을 꺾는 2018 러시아월드컵 최고의 이변을 연출하자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축구 팬들이 하나가 됐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 여기저기서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게시물이 팬들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고 28일 노컷뉴스가 전했다..

▲세계 1등과 세계 1등을 이긴 팀, 세계 1등을 이긴 팀을 이긴 팀

한 국내 네티즌은 F조 최종 결과를 재치있게 요약해 큰 호응을 얻었다.

-F조 1등(스웨덴) : 세계랭킹 1위를 이긴 두 팀을 이긴 팀

-F조 2등(멕시코) : 세계랭킹 1위를 이긴 팀

-F조 3등(한국) : 세계랭킹 1위를 이긴 팀

-F조 4등(독일) : 세계랭킹 1위

한국은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었고 멕시코도 이겼다. 스웨덴은 세계랭킹 1위에게 졌지만 세계랭킹 1위를 잡은 두 팀을 연거푸 꺾으며 조 1위가 됐다.

"한국은 승점 자판기"를 비롯해 한국을 평가절하한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스웨덴의 전 국가대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조롱하는 게시물도 많이 등장했다.

▲ 노이어! 골대에 맥주 있어

'노이어, 골대에 맥주 있다'는 제목에 게시물도 한 국내 네티즌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손흥민이 활짝 웃는 사진 아래 '골대가 beer 있다고'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마치 손흥민이 노이어에게 직접 말을 한 것처럼 묘사했다.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골대가 비어 있다고'가 된다. beer는 맥주라는 뜻으로 독일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 그리고 실제로 골대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재치만점이다.

손흥민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최후의 공격을 위해 앞쪽으로 빠져있는 빈틈을 노려 추가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나는 골키퍼 없는 골대 안으로 넣기만 하면 됐다. 주세종 형이 공을 잘 가로챘고 패스도 너무 잘해줬다"고 말했다.

▲ '캄.사.합.니.다' 한국과 하나가 된 멕시코

멕시코에게는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스웨덴에게 0대3으로 뒤진 채 경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만약 독일이 한국을 상대로 1대0 승리만 거둬도 멕시코가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다수의 멕시코 현지 팬들은 후반 막판 자국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 채널을 돌리고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 과장하면 시청률은 100%다.

김영권이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자 멕시코가 뒤집어졌다. 축제 분위기가 됐다.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의 득점에 열광하는 영상들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한국 팬을 둘러싸고 환호하고 열광하는 멕시코 팬들도 있었다.

멕시코를 살려준 한국에게 특히 더 감동한 인물이 있다. 멕시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2014년 KBO 리그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기도 했던 호르헤 칸투였다.

칸투는 영어 스펠링 그대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적었고 멕시코 국기에 태극기 문양을 합성한 사진을 함께 올려 감동을 표현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싸이의 뮤직비디오 장면에 독일이 날아가는(?) 장면을 합성한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BTS 노래 '파이어'처럼 한국 축구가 불타올랐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이 SNS에 남긴 한국-독일전 반응을 모아봤다.

"독일은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총 세 차례 러시아를 향했다. 첫 번째는 1차대전(World War 1), 두 번째는 2차대전(World War 2) 그리고 마지막은 월드컵(World Cup)이다. 러시아는 독일에게 참 추운 나라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불타오르네(Fire)'처럼 한국 축구가 불타올랐다. 정말 대단한 승리!!"

"콤마 하나 찍으면 이렇게 다르다. 콤마의 파워. 한국은 'Well done(잘했어)' 그리고 독일은 'Well, done(뭐, 끝났네)'"

"보이밴드 멤버처럼 생긴 한국의 골키퍼는 그야말로 전설이다. 월드컵에서 어느 팀이 우승하든 간에 그에게 MVP를 줘야 한다"

"한국이 독일보다 더 좋은 팀이었다. 한국의 골키퍼 조현우에게는 테킬라와 멕시코 음식이 평생 공짜로 제공돼야 한다!"

"한국이 오늘의 진정한 MVP입니다 - 어느 멕시코 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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