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송영중 상임부회장 거취 논란에서 촉발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내홍이 경총의 비자금 의혹으로 비화했다. 경총이 이사회 몰래 현금을 쌓아뒀고 이를 직원들에게 보너스 명목으로 나눠줬다는 것이다.

김영배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부회장<사진>이 2004년 이후 14년간 경총 사무국을 쥐락펴락하며 일부 사업 수입을 직원 격려비로 전용하는 등 전횡하는 과정에서 삼성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3일 경총 내부자료에 따르면 경총은 2013~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를 대신해 노조와의 단체협상을 하는 대가로 모두 8억4660만원을 받았다. 이 중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받은 건 3억7760만원이고, 나머지 4억6900만원은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전자로부터 직접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지난 4월 말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와해 공작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삼성의 부탁을 받고 노조와의 교섭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총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단체교섭을 대리하면서 삼성으로부터 별도로 거액을 받은 것은 삼성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은 2일 사업수익을 빼돌려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절대 공금을 착복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힌 뒤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건 같은 날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고정급화 돼버리고 다음번에 지급을 안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부분이 있다 보니 이사회 보고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지급됐다는 데 대해서는 "경총의 이사사만 100곳이 넘고 다른 안건의 경우에도 전체 이사회가 아닌 내부 집행 이사회를 거쳐 결정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회장 쪽의 이런 해명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경총의 ‘단체교섭 수임사업 지침’에 따르면, 사업 수입과 지출은 별도 ‘특별회계’로 엄격히 관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경총이 단체교섭 수임사업을 특별회계로 관리하지 않고, 총회와 이사회에 보고·승인도 받지 않았으면서 정상 회계처리했다는 것은 사실상 분식회계(회계조작)를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중 부회장은 “김 전 부회장이 운용한 비자금의 규모와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그 원천인 단체교섭 위임사업의 전체 수입·지출 내역이 상세히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진작부터 경총과 삼성 간의 유착 소문이 많았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2013년 삼성의 ‘불법파견’ 소지가 강하다는 일선 노동청의 의견을 묵살할 당시 경총 임원이 고용노동부 관료와 만나 삼성에 유리한 주장을 편 사실이 최근 고용노동부 자체 조사에서 밝혀졌다.

또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을 도와준 혐의를 받는 노조 파괴 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에서도 경총 출신이 핵심 역할을 했다. 경총이 2009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담은 개정 노동법 시행에 반대하며 삼성의 이해를 대변했을 때는 현대차그룹이 이에 반발해 탈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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