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검찰이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모(49)씨 등에게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4일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 같은 요청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김대규 판사)는 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드루킹에 대해 오는 25일 오후 2시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을 빨리 종결하자는 김씨의 의도에 따른다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변론을 종결하지 말고 재판을 속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루킹이 석방될 경우 추후 입건될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들과 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구체적 형량에 대해선 추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재판부에 통보했다.

이에 김 판사는 "김씨 등이 처음 구속된 이후 4개월 이상 지났는데 기소된 건 댓글 순위 선정 업무방해 뿐"이라며 검찰의 요청을 기각했다. 피고인에 대한 인신 구속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상 원칙에 따른 것이다.

법조계에선 드루킹의 혐의가 일반적인 경우 징역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 드루킹이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문을 계속 제출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선고돼 석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오는 25일 선고되면 드루킹은 불구속 상태에서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1차 수사가 오는 8월 25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두 달의 수사 기간 중 절반은 자유롭게 수사를 받게 된다.

앞서 드루킹은 첫 재판부터 혐의를 인정하면서 신속한 재판의 진행을 요청한 바 있다. 최대한 빨리 석방돼 검찰의 추가 수사에 대응하겠다는 노림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입장 대신 혐의를 부인하며 특검 수사에 적극 대응할 가능성이 나온다. 실제로 드루킹은 이전 재판과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마지막 재판의 최후진술에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있다"며 "우리가 트래픽을 증가시켜 네이버에 돈을 벌게 해준 것이니 업무방해 혐의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키도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던 그간의 법정 자세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어서 심경 변화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김씨는 이날 미리 준비해 온 A4 6장 분량의 최후진술을 읽으며 “올 4월까지는 네이버 약관에 자동화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던 만큼, 규정이 생기기 전에 한 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일당은 올해 1월17~18일 이틀 동안 네이버 아이디 2,286개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537개 기사의 댓글 1만6,658개에 184만여 차례 공감ㆍ비공감을 클릭하는 등으로 네이버 통계집계시스템에 장애를 발생시키고 댓글순위 산정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주장은 네이버 규정이 댓글조작 행위 이후 만들어져 자신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드루킹이 석방된 이후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의 관계를 자신의 입장에서 밝힐 가능성도 있다. 그는 수감 중에도 조선일보에 옥중 편지를 보내 "모든 죄를 나와 경공모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허익범 특검팀은 드루킹이 오는 25일 석방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특검은 이날 경공모 핵심멤버 ‘성원’ 김모(49)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전 보좌관 한모(49)씨에게 인사 청탁 등 대가로 500만원을 건넨 인물로 청탁금지법ㆍ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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