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시진핑(習近平)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이 2000억 달러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중국도 보복을 다짐했다. 그러나 관세로는 보복할 수가 없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이 1299억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보복의 총을 쏘고 싶은데, 실탄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최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SCMP에 “그것(미·중 무역 전쟁)은 가장 큰 도전”이라며 “(무역)전쟁이 대규모로 장기간 진행된다면 중국 경제와 금융은 확실히 타격을 입고 중화 부흥과 중국몽이 항상 위쪽을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 교수는 무역 전쟁으로 최근 몇 년간 공세적이었던 중국의 대외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 전략적 최전선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였다”며 “이제 우선순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선진국의 불만이 여러 해 동안 누적됐다”며 “중국은 무역 흑자를 줄이거나 시장 접근성을 눈에 띄게 확대하지 않고 국가의 경제 통제만 고집해왔지만 이제 양보가 주된 정책 기조가 될 것”이라고 중국의 경제와 외교 전략의 전환을 예측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국제 정세를 “서구의 혼란과 중국의 번영”으로 선전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무난하게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반부패를 내세워 정적을 제거하고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제를 삭제하고 ‘시진핑 사상’을 기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마오쩌둥 이후 최대 1인 권력 체제를 완성했다.

국제적으로는 남중국해의 군사 영유권을 강화했으며,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제안을 내세워 국제적 입지를 꾸준히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6일 미국이 340억 달러 규모로 중국산 첨단 제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에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시작된 무역 전쟁이 시 주석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수십 년 동안 공산당 지배의 정당성은 경제적 성과에 기반을 뒀다”며 “만일 무역 전쟁으로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정통성이 훼손될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페리 링크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경제적 침체는 반체제 인사가 초래할 어떤 것보다 시진핑 정권의 안정성에 더 큰 위협을 야기할 것”이라며 “새로운 민족주의도 (시 주석을) 돕지 못하고 상황이 악화하면 그에게 반기를 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를 인식한 중국 공산당은 선전부를 앞세워 파상적인 여론 공세부터 시작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6일부터 8일까지 3일 연속 3면에 “미국 무역 손해론은 그만해야”, “미국의 무역 괴롭힘(Bullying) 주의는 전 세계에 후환”, “미국의 무역 망동은 제 무덤 파기”라는 칼럼을 싣고 미국을 비난했다.

“세계의 종합 국력 최강 선진국이 황당하게 국제 무역에서 사기를 당해 큰 손해를 입는다는 것은 세상 사람 모두가 깜짝 놀랄 괴이한 일”이라며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환구시보는 7일자 사설에서 “개혁개방은 전체 사회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민 전쟁’이었다”며 “중국이 무역 전쟁을 개혁개방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분발해 국가의 부강을 꾀한다면 중국의 건강한 굴기를 촉진하는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론의 단결을 촉구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도 7일 중국 관변 경제전문가를 총동원해 미국이 세계무역 규칙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내외자 기업의 동요를 막았다.

한편 국제적으로는 미국에 맞설 우군 확보에 주력했다. 7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중국·중동유럽(CEEC, Central and Eastern European countries) 16개국 모임인 ‘16+1’ 정상회의 연설에서 “규범을 기초로 한 다자무역체제를 함께 수호하고, 선명한 기치로 일방주의·보호주의에 반대해 무역과 투자 자유화와 편리화를 추동해야 한다”며 중국과 손잡고 미국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리 총리는 8차 중국-중동유럽 경제포럼 개막식에 참석해서는 3대 불변론을 내세워 중국 경제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즉 “첫째 경제의 장기간 양호한 추세는 변하지 않고, 둘째 시장화 개혁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셋째 중국 개방의 대문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가 미국 이외의 나라 제품까지 확대되지 않을 것을 다짐한 셈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으로 두 나라가 신흥강대국과 기존패권국 사이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홍콩 명보는 7일 자 사설에서 “미국의 전략 목표는 중국의 굴기(崛起) 억제이고 중국은 민족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며 “두 나라가 투키디데스 함정 속으로 빨려들고 있어 누가 이기건 누가 지건 미래 국제 질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설은 “지난 수십년간 미·중 관계는 싸우되 판을 깨지 않는 투이불파(鬪而不破)를 지켜왔으나 미국의 무역 전쟁 발동으로 이 구조가 이미 깨졌다”며 “미·중 관계가 불확실성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