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고(故) 노회찬 의원 사망과 관련 ‘자살미화 풍토’ 발언에 분이 안 풀린 듯 자신의 SNS를 통해 맹비난했다.

29일 오후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 북에 ‘홍준표의 심리학’이라는 제목과 함께 “세상 바뀐 줄 모르고 과거의 포로가 되어 좌충우돌 만용에 우쭐대는 변두리 조폭”이라며 “걸핏하면 웃통 벗고 다 덤비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찌질이 진상”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하면 자기 무서워서 피한다고 착각하고 왼다리 꼬는 자아도취에 빠지는 천지분간 못하는 나르시스트...”라며 “홍준표, 배운 게 있었야지...미국가면 안한다고 했잖아~자꾸 당에 겐세이 놓고 말이야~사퇴하세욧~”라며 홍 전 대표를 비꼬았다.

이 같은 진보진영의 거센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진짜 속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대표는 지난 2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도 이젠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그는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고 미화하고,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 됐다"고 재차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자살이란 당사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현실을 도피하는 최악의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자살이라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미화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할 현상인 것도 틀림없다. 교과서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언급 시점에 있다. 어쨌든 전직 동료 국회의원이 무슨 이유이건 간에 자살을 했고 이에 대한 추모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면 먼저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이 순서다.

더구나 노 의원은 그간 큰 물의를 일으킨 여느 정치인과 다르고, 소수정당에서 나름의 소신을 지키며 정치활동을 해왔다. 이 같은 그의 정치경력이 투신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에 투영되면서 노 의원에 대한 추모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홍 전 대표가 상중(喪中)인데도 자살과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밝혔다는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발언의 또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진영의 공세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유도해 극우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는 한국당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 효과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특히 지난 11일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 "국내 현안에 대해선 페이스북을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었다.

그랬던 홍 전 대표가 불과 10일 만인 21일 "지금의 북은 전혀 변화되지 않았다. 위장"이라고 썼고 이번에도 노 의원의 죽음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정치적 다급함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 김병준 위원장은 "정치인은 말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고 홍 전 대표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글에서 "대중은 이 정치판에서 꼭 필요했던 사람이 사라진 것에 대해 추모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홍 대표도 나 이준석도 정치판에서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라질 상황이 된다면 그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게 정치를 하면 의미있는 정치를 한 것"이라며 "홍 대표도 이제 그 의미를 만드는 노력에 시간을 더 쏟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극우 보수를 끌어 모으기 위해 앞서 정청래 전 의원의 지적처럼 ‘천지분간 못하는 나르시스트’로 행동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인의 야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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