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뉴욕 성추행 보복해고 파장 확산’

우리은행 뉴욕지점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 및 보복 해고 논란이 거액의 소송으로 불거지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뉴욕주 맨해튼 지방법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뉴욕지점의 현지 채용 직원 L씨와 S씨는 한국에서 파견된 상관 A씨가 여직원들과 일부 남자 직원들을 성추행한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최소 350만 달러(약 36억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의 법정대리인인 김&배 로펌(대표 김봉준 배문경 변호사)은·“350만 달러의 배상 청구는 최소 금액이며 배심원단에 ‘징벌적 손실배상(Punitive Damage)’을 별도 청구했다”면서 “배심원단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할 경우 요구액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배상액을 판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우리은행 뉴욕 성추행 보복해고 파장 확산’…거액 소송 서류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장에 따르면 2012년 초 한국에서 파견된 A씨는 같은해 9월 근무시간에 여직원 2명의 신체를 만지거나 껴안는 등의 신체 접촉을 가하고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등 성추행을 한데 이어 11월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만든 회식 자리에서 S씨와 또다른 남자 직원에게 성추행을 가했다.

원고들은 A씨가 평소 부당한 신체 접촉 등 성추행과 성적 모욕을 빈번하게 가했으며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술에 취해 발생한 실수라거나 은행의 내부 문화라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L씨 등은 회사에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내부 입단속을 지시하는 등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 2013년 3월 관련 내용을 한국의 우리은행장과 인사과에 발송, 본사 감사를 통해 A씨가 조기 소환됐다는 것이다.

소장은 A씨의 본국 소환 이후 뉴욕지점은 L씨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하급 부서에 배치한 뒤 지난 4월 해고 통보를 했고 성추행 사실을 처음 알린 S씨 역시 평소의 업무에서 배제된 후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원고측 변호를 맡은 김&배 로펌은 “미국에서 성추행은 엄격하게 단죄되는 범죄 행위인데 원고들을 보복 해고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들에 대한 해고는 불법 사실을 고발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뉴욕주 노동법 740 조항과 뉴욕시 인권법 8-107 조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뉴욕지점 책임자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본사 차원에서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배 로펌은 “이번 사건은 여직원은 물론, 남직원에게도 성추행이 자행된 점, 문제 제기에도 한국의 직장 문화라고 변명하는 등 묵살됐다는 점, 피해자 진정에 의해 가해자 소환 조치가 이뤄졌지만 고발인들에 대한 보복 해고가 이뤄졌다는 점 등 미국에서도 보기드문 복합적인 성추행과 인권 침해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이 본격화되면 미국 언론에서 주목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한편 동포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이 본국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현지 채용 직원과의 구조적인 차별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현지 직원들이 좋은 학벌과 외국어 구사 능력에도 불구하고 보잘 것없는 급여를 받고 종속적인 업무에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봉준 대표 변호사는 “성추행 당시 피해자들이 법적 도움을 구하지 못한 것도 뉴욕지점 책임자가 현지인의 채용과 해고 등 인사의 전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2013년 3월 본사에 보낸 이메일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뉴저지 포트리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현지 채용 직원들이 성추행과 인권 모독을 비일비재로 당한 사실이 뉴욕 법정에서 확인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격을 무너뜨리는 세계적인 망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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