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화가 겸 가수 조영남이 대작 사기 혐의에 대해서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1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수를 통한 작품 제작 방식이 널리 통용되는 방식이며, 구매자들의 주관적 기대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조씨에게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작품 제목이나 방식, 소재를 직접 선택하고 결정했다"며 "해당 화가들에게 밑그림을 의뢰하면서 작품 크기나 소재로 선택된 화투 종류나 크기,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술사적으로도 도제교육 일환으로 조수를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건 널리 알려진 방식이고, 오늘날에도 조수 등을 고용해 밑그림을 시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팝아트 등에서 작가의 영역은 아이디어 창출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작품은 조씨의 아이디와 컨셉이 담긴 조씨 고유의 것"이라며 "해당 화가들은 보수를 받고 조씨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 그들의 고유한 예술 관념이나 화풍, 기법 등이 작품에 부여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씨와 화가들이 도제관계에 있었는지가 윤리적·예술적 비판 대상인지는 별론으로 하되, 보조자와 작가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며 "화가들의 숙련도가 조씨보다 뛰어난 것인지도 법률적 판단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와 함께 조씨가 구매자들에게 조수를 사용한 작품이라고 고지할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작가의 친작인지 여부가 작품 구매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고지 의무가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매자들이 보조자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림을 사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막연히 조씨의 친작일 거라는 주관적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구매자들이 기만당했다고 볼 수 없다"며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작사기가 무죄로 선고된 이날 법원 결정에 검찰이 과연 대법원에 상고할 것인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 무죄 선고 이후 조영남은 앞으로도 그림을 계속 그릴 것이라고 했다. 조영남은 “이 재판 덕분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송기창과 오슬기를 비난해야하는데 할 수 없는 것이 힘들었다. 낚시 좋아하는 사람이 낚시 하듯이 그림을 계속 그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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