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사진 캡쳐
[신소희 기자]지난달 초 충북 제천에서 한 여자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학생이 학교 선배와 친구들로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이른바 '사이버 불링' 받아온 것으로 조사되면서 사이버 불링에 대한 심각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해당 여고생이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이버 불링은 오프라인인 학교 폭력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형태로 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동 또는 그러한 현상 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상대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일컫는다.

사이버 불링의 형태도 다양한데, ① 단체 채팅방 등에 피해 대상을 초대한 후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 ② 피해 대상을 대화방으로 끊임없이 초대하는 ‘카톡 감옥’ ③ 단체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 혼자만 남겨두는 ‘방폭’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학생 4천500명을 대상으로 했던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6%가 채팅이나 메신저에서 사이버폭력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서 온라인게임(38.8%), 소셜미디어(35.3%) 순이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사이버 불링은 매우 교묘하고 은밀하다.

이승현 한국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ㅇ와 통화에서 "피해자 역시 신고해봤자 별 소용없다고 생각하거나 친구들로부터 추가 피해를 받을까 봐 사이버 불링 피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으로 일어나는 사이버 불링을 인지하기는 쉽지가 않다.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괴로워하던 피해자가 결국 자해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서야 피해자의 고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사실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버린 셈이다.

지난 2일 선배와 동급생으로부터 사이버 불링을 당한 제천의 여고생 사건 역시 그 누구도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해당 학교는 숨진 A양이 선배와 동급생으로부터 사이버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언론 보도가 나간 뒤에도 학교 측은 A양이 학교 폭력에 시달린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경찰 수사로 사이버 불링 사실이 드러나자 학교 측은 방학 기간 사건이 발생,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유족 역시 A 양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호 박사는 "현실적으로 사이버 불링과 관련해서 학교나 가족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며 "학교나 가정에서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연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금도 다양한 상담 채널이 존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이 마음을 터놓고 접근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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