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의 그림자만 쫓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전남 순천 소재 송치재휴게소 인근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순천 지역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혔지만 여전히 유 전 회장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 전 회장이 추적을 피해 순천 지역을 벗어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전 회장이 이미 순천을 빠져나가 구례를 거쳐 지리산 인근에 숨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도 이와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포위망을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

▲ 유병언 전 회장의 변장 모습은?
지난 3~4일간 검찰과 경찰은 유 전 회장이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비해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별장을 중심으로 반경 20㎞ 내 20여 개 지점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집중 검문·검색을 벌였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탄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순천 톨게이트를 지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이 이번에도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경기 안성 소재 금수원에 은신했던 유 전 회장을 놓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유 전 회장이 금수원 내부에 머물고 있다는 확신을 하지 못한 채 주임 검사를 직접 보내 유 전 회장 측과 접촉하려 했지만 신도들의 반발로 한 발짝도 들어가지 못하고 30여분 만에 철수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또한 지난 21일에는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인영장 등을 집행하기 위해 금수원에 진입해 6시간 동안 수색을 펼쳤지만 이미 유 전 회장은 금수원을 빠져나간 뒤였다.

이후 검찰은 지난 25일 뒤늦게 별장을 급습했지만 유 전 회장과 도피생활을 함께 했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신모(33·여)씨를 체포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신씨는 4~5대의 차명 휴대전화와 도청방지장치, 현금 800만원 등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포 이후에도 진술을 거부하거나 영어로 답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회장의 예상 도주 경로가 발각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지명수배)씨의 벤틀리 승용차가 이번 달 초 순천시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전 답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 전 회장 측이 치밀하게 도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 27일 전남 보성에서 구원파 신도인 60대 여성 김모씨가 범인도피 혐의로 추가 체포되면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는 구원파 신도들의 숫자가 예상보다 많을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특히 구원파가 "10만 성도들을 전부 내줘도 유 전 회장은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결국 유 전 회장은 구원파 신도 등 자신의 측근들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발 빠르게 도피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유 전 회장 검거와 관련해 "90% 정도 (진행)됐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던 검찰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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