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릉역 20대 칼부림 사건 CCTV 영상./온라인 캡처
[신소희 기자]선릉역에서 온라인게임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을 만나 흉기로 찌른 20대 여성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살인미수 혐의로 A씨(23)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칼을 준비한 점 등을 미뤄 계획성을 배제할 수 없고 범죄사실이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2일 오전 2시쯤, 서울 지하철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23세 여성이 21세 여성을 칼로 수 차례 찔렀다. 가해자 A씨와 피해자 B씨는 알면서 모르는 사이였다. 3년 전 온라인 게임으로 친해져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첫 만남에서 칼부림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전날 오전 1시 30분쯤 A씨가 B씨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약 30분간 대화를 나눈 뒤 갑자기 몸싸움을 벌였다. 이후 A씨는 품에서 흉기를 꺼내 B씨에게 휘둘렀고, B씨가 쓰러지자 발로 차기도 했다. 주변에 함께 있던 B씨의 친구가 놀라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장면도 찍혔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3년 전 넥슨의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을 통해 알게 됐다. ‘서든어택’은 게임 이용자가 서로 팀을 꾸려 총과 칼 등으로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1인칭 총싸움게임(FPS)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이른바 ‘현피(온라인에서 시비가 붙은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일)’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경찰은 ‘감정 싸움이 격해져 벌어진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성별을 남성으로 속이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 둘은 서로 쪽지를 주고 받으며 애정을 키우는 등 이른바 ‘랜선연애’(사이버 공간 연애)’를 했다.

이후 피해자인 B씨는 A씨에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실제론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속 만남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B씨가 관계를 끊으려고 하자 A씨가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이날 만남을 약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B씨에게 다가가 3년 만에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밝히자 B씨가 격분했다고 한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즉시 결별을 통보했고 둘 사이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A씨는 "B씨가 관계를 끝내자며 돌아설 때 감정이 격해져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A씨가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친분이었는지, 계획된 범죄였는지,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A씨는 경찰에 처음부터 자신이 작정하고 남성 행세를 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했다.

"A씨는 ‘(B씨가) 나를 먼저 남자로 오해했고, 그후엔 해명할 필요를 못 느껴서 그냥 남자 행세를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 정체성에 혼란이 있어서 남자라고 속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둘은 게임 때문에 싸운 것도 아니었고 ‘남성 혐오 사이트에서 만난 사이’라는 소문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A씨는 흉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과 관련, 일각에선 "계획된 범행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A씨는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현재 피의자와 목격자 C씨에 대한 조사까지 완료했지만 피해자 B씨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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