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전 8시16분께 전북 전주시 송천동 대송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나타났다. 이 사진은 장례식장 외부 CCTV 영상이다. 유 회장으로 추정되는 영상 속의 남성은 모자를 쓰고 흰색 상의와 검정색 하의를 입고 있으며, 함께 있던 여성은 검정색 정장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옥죄던 검·경의 포위망이 뚫렸다.

앞서 유 전 회장을 경기 안성 금수원과 전남 순천 별장에서 두 차례 이상 놓친 검찰이 유 전 회장의 도피 차량까지 뒤늦게 발견하면서 '뒷북 수사'와 '그림자 추적'에 이어 '어설픈 포위망'이라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도피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은색 EF쏘나타 차량이 지난 29일 오후 11시께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견됐다.

장례식장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차량은 지난 25일 오전 8시16분께 장례식장 주차장에 들어왔다. 장례식장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여성 한 명이 운전석에서 내렸으며, 여성보다 키가 작은 남성 한 명이 조수석에서 내린 뒤 절뚝거리며 여성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검찰은 이들 모두 유 전 회장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수배령이 내려진 도피 차량이 전주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순천 별장을 중심으로 반경 20㎞ 이내에 20여개의 검문소를 설치해 집중적으로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등 그동안 도주로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던 검·경의 작전이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 전 회장의 도피 생활을 조직적으로 돕는 구원파 신도들이 검·경 작전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해당 차량을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원파의 '교란 작전'에 제대로 당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유 전 회장이 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벤틀리 차량이 출몰했다는 오인 신고까지 더해지면서 검·경은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신고 대상이었던 차량이 벤틀리가 아닌 크라이슬러로 밝혀지면서 오인 신고라는 사실이 확인 됐지만, 만약 이날과 같은 유사한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질 경우 누군가 악의적으로 제보·신고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쏘나타가 장례식장에 주차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5일은 검찰이 유 전 회장과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에 대한 현상금을 총 6억원으로 상향하며 검거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던 날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유 전 회장 부자(父子)에 대한 검거 시점이 임박했을 것으로 보고 특별수사팀을 격려하기 위해 예고 없이 인천지검을 방문한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때부터 5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 지역에서 멀리 달아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판단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책임론'을 넘어 '문책론'까지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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