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심일보 대기자] 11일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공식석상에서 2차 북미회담에 대해 처음 입을 뗀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의 외교는 여전히 매우 활발하게 살아있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점진적인 비핵화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2021년 1월 첫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북한은 협상 전략을 미국이 제시한 틀에 맞춰야 다시 말을 붙여볼 수 있을 듯한데, 적어도 딜이 다시 시작되려면 최소 반년은 더 걸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와 관련, '1년 내'라는 비핵화 시한을 새로 제시해 협상이 장기화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김정은 살라미 전술을 들고 나왔고, 트럼프는 벼랑 끝 전술로 뒤집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살라미 전술은 하나의 아이템을 쪼개 각 단계마다 대가를 얻어내는 협상 전략으로, 북한이 과거 외교 전략에서 자주 구사하는 방법이다. 영변만 내주고 대북제재 완전한 해제를 요구한 것은 북한이 주제 파악을 못하고 오판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재선을 앞둔 내년 10월까지 적어도 핵 신고를 받고 폐기 착수하는 로드맵이다. 그런데 북한은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자는 전략을 들고 나왔는데, 이게 딜이 안 된 것으로 한 스텝 지나면 또 지루한 협상이 이뤄지고 하니, 임기가 한정된 트럼프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다.

전날 방송된 MBN 시사교양 '판도라'에 출연한 탁석산 박사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가장 바빠질 사람은?'이라는 주제의 토론에서 "미국이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며 "2차 북미회담 첫 의제가 일본인 납치였다. 1대 1 회담에서 언급 후 이어진 만찬에서도 납치문제를 언급했다고 한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때도 납치문제를 언급했다. 북한도 납치문제를 거론한 미국 의도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신문을 보면 북미회담 결렬 탓을 일본에 돌리고 있는데 북한이 일본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일본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아베와 김정은이 만나면 납치문제로 시작하지만 북일 수교로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미관계다. 2차 북미회담과 관련, 공조는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7차례나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 앞서 미국이 들고온 보따리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시쳇말로 뒷동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맞았다는 말이 나왔다. 더 나아가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역할을 부탁한 것도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급했던 북한, 느긋한 미국, 조급한 한국'

문재인 정부 외교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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