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김학의 전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지인 건설업자 윤중천(63)씨가 긴급 체포됐다. 검찰이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키맨'으로 평가받는 건설업자 윤중천(63)씨를 소환 없이 곧바로 체포한 배경이 주목된다.

검찰은 윤씨에 대해 소환 통보 없이 법원에 '체포의 필요성'을 소명한 뒤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의혹의 실타래를 풀 핵심인물인 윤씨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이날 오전 7~8시께 윤씨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거주지 앞에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체포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알선수재, 공갈 등 3개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수사단이 윤씨의 과거 동업자 등 주변인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윤씨를 소환해 직접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수사단은 윤씨 소환 조사를 선행하지 않고,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상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단은 윤씨에게 적용된 혐의점 등을 고려해봤을 때 그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윤씨에 대해 적용된 죄명이 특경가법인 점에 비춰보면 사기 범행 액수가 최소 5억원 이상인 중범죄이기 때문에 그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윤씨가 향후 진술을 번복하거나, 증거인멸을 위해 다른 사건관련자와 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인물인 만큼 증거 인멸 이전에 신병을 확보해서 집중적으로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씨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의 조사에서는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 16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김 전 차관과 막역한 관계였고, 그의 인사 청탁에도 나섰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술이 계속해서 번복되는 만큼 수사 상황에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수사단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 비리를 근거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윤씨 신병을 확보했다. 먼저 윤씨의 사기 범행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뒤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체포 시한(48시간) 내 조사를 마치고 윤씨 신병을 결정할 것이다"며 "체포영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이 다수 있기 때문에 (개인 비리) 조사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를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단이 윤씨 소환 조사 없이 체포해 조사하는 만큼, 향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단은 윤씨를 구속할 경우 체포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성범죄 및 뇌물 등 다른 의혹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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