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응천 의원
[김민호 기자]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사·보임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합의한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해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낸 건 금태섭 의원에 이어 조 의원이 두번째다.

조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조 의원은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기 위해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 지워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반대한다"며 "다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조 의원은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수사개시 및 종결권, 기소편의주의, 형 집행권을 한 손에 움켜쥔 검찰권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수사 총량만 늘려놓은 꼴"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1차 수사기관의 지위는 보장되고, 소추‧인권 옹호 기관으로서의 지위는 오히려 약화됐다"면서 "경찰은 국내정보 업무를 전담하면서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 1차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과거 국정원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을 준 것과 다름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정보파트에서 생산한 정보에 의거해 특정인을 겨냥해 수년간 내사만 하다가 범죄혐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자체 종결해도, 또한 수년간 수사만 하다가 불송치 결정해도 다른 기관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특감반 비위 사건과 관련해 "조국 수석이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 덜어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며 여당 내에서 처음으로 조국 수석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다음은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그제 저녁, 치열한 다툼 끝에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신속처리안건이 상정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야당이 보여준 태도를 보고 있으니 ‘한심스럽다’는 말 외에는 가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관행‧전통’을 운운하며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안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차라리 ‘인습(因襲)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안된다”? 그렇다면, 게임의 룰 확정이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건 괜찮은 건지, 더 근본적으로 기성 선수들끼리만 모여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건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본질과는 큰 관련도 없는 ‘공수처’ 설치는 죽기살기로 반대하면서, 진짜 중요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는 야당은 무식하거나, ‘나라 걱정’은 하는 척만 할뿐 사실은 관심은 없거나. 차라리, “문재인 정부가 그냥 싫다”고 하는 게 오히려 솔직한 태도입니다.

신속처리안건 상정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최장 330일간 치열한 토론과 타협으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야당은 이제라도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태도를 버리고, 법안 심의에 참여해서 무엇이 걱정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합리적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간 신속처리안건 상정을 위해 당의 입장에 따라 최대한 협조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개인의견을 밝히는 것을 자제해 왔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만큼 이제는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법안이 만들어져야겠기에 제 의견도 밝혀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침묵하고 있다가 법안이 제가 소속된 법사위로 회부된 후에야 새로운 주장을 꺼낸다면, 생뚱맞을 뿐 아니라 자칫 판을 깨자고 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어서 사개특위의 본격적인 논의 이전에 제 주장을 말씀드립니다.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세 가지 이슈에 대한 제 개인적 소신은 이렇습니다.

1. 원칙적으로 득표수와 의석수는 비례하여야 하고 사표(死票)는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런 점에서 다소 미흡하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적극 찬성

2. 살아있는 권력이나 자기 식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던 수사기관의 과거 행태에 비추어 공수처라는 별도 수사기관 설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인정된다. 다만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일부 반하는 수사‧기소권을 겸하는 조항은 문제이나 현실적 필요성에 비하면 수용가능하다. 따라서 공수처법안도 찬성

3. 다만,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기 위해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 지워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반대

민주주의는 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수사권은 본질적으로 국민의 신체와 권리에 대한 침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형사사법절차는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지 못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수사에만 전념하고, 검찰은 소추 및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수사기관의 불법과 인권침해를 감시함과 아울러 기소 및 공소유지를 전담하며, 법원은 독립적인 재판을 하는 시스템 하에서만 공평무사한 국가 형벌권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검찰은 원래 소추기관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검찰은 수사에서 한발 짝 떨어져 인권옹호와 법률적 판단을 하라는 본연의 업무는 등한히 한 채 ‘1차 수사기관화’ 되었습니다. 수사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도 하고 공소유지도 겸하는 바람에, 검찰에 한번 찍히면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별건수사’ 등으로 끝까지 괴롭히며, 있는 죄도 덮어버리는 무소불위의 괴수가 되었습니다.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수사개시 및 종결권, 기소편의주의, 형 집행권을 한손에 움켜쥔 검찰권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자, 그리고 그 여력을 인권보장과 소추 그리고 공소유지에 집중하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는 온데 간데 없이 수사 총량(搜査 總量)만 늘려놓은 꼴입니다.

개정 법률안에 따른 각 기관별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검찰 : 1차 수사기관으로서의 지위는 보장되고, 소추‧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는 오히려 약화되었습니다.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 등 지금껏 검찰 특수수사부서가 직접 수사하던 범위를 아무런 제약없이 그대로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 경찰이 송치하지 아니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예외를 제외하고서는 원칙적으로 보완적 수사나 법률적 검토를 할 권한이 소멸되는 바람에 검찰의 인권보장기능은 약화되었습니다.

2. 경찰: 국내정보업무를 전담하는 경찰이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 1차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과거 국정원에게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을 준 것과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어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일부사건을 제외하고는 불송치할 수 있게 되었고, 내사로만 그치는 사건에 대해서는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 국정원이 사실상 국내정보 업무를 포기함에 따라 경찰은 유일한 국내정보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기관의 권한까지 얻게 되어 자칫 정보와 내사 또는 수사가 호환하며 시너지효과를 내게 될 경우 경찰국가화의 염려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과거 국정원이 일반사건에 대해 1차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납득하시겠습니까?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의 이름이 경찰청으로 바뀐 것에 불과할 뿐인데 왜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는지 아무도 우려를 표하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 경찰 정보파트에서 생산한 정보에 의거하여 특정인을 겨냥하여 수년간 내사만 하다가 범죄혐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자체 종결하여도, 또한 수년간 수사만 하다가 불송치 결정하여도 다른 기관에서 통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화 될 수 있습니다.

◦ 수사권 조정과 함께 실시되기로 한 자치경찰제도 기존의 ‘제주형 자치경찰제’와 거의 유사한 생활안전‧교통활동‧지역경비 업무만 수행하는 무늬만 자치경찰제입니다. 또한 일반 범죄사건의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관에 대해서는 검찰의 지휘‧감독을 면제시키고, 생활안전‧교통활동‧지역경비를 담당하는 자치경찰은 지휘‧감독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검경 수사권조정 방향은

1. 경찰이 되었건 국가수사청을 신설하건 간에 1차 수사권은 수사기관에 주고, 중대범죄가 아닌 일반사건의 수사관할을 대폭 자치경찰로 이관하며

※ 그간 중대사건을 검찰이 전담하였던 현실을 감안하여 한시적으로 대검에 1~2개의 특수수사과를 두고, 엄격한 요건에 따라 극히 예외적으로 1년에 10건 이하의 1차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2.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줄 경우, 국내정보 업무는 경찰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분리시키고 (일본 내각조사청 같은 것을 사례로 삼을 수 있겠습니다)

3. 검찰은 1차 수사권을 박탈하는 대신 경찰 수사의 법령위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사법통제권(수사지휘라는 용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므로 사법통제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을 부여함과 아울러,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적 2차 수사권과 소추권, 공소유지권을 주는 것입니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중요사건의 1차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검찰이 상상도 하기 싫어하는 것은 1차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회수하여 능동적으로는 아무 것도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제 주장은 검찰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이익에 가장 반하는 것이고 검찰을 제대로 세우는 방안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야당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진짜로 나라걱정 한다면 제발 이성을 차려주기를 고대합니다. 수사권조정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의 비판은 달게 수용하겠습니다. 제가 지적하는 부분들도 사개특위에서 충분히 심도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피의자‧피고인으로서 ‘답정너’식 수사와 기소의 객체가 되어 본 경험이 있기에 수사와 기소를 같은 기관에서 담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처절히 깨달은 바 있습니다. 또한 국정원장 특보로서 국정원에 근무하며 수사와 정보가 한 기관에서 이뤄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몸소 체득한 바 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수사권 조정이야. “수사-소추기관의 분리”, 그리고 “수사-정보기관의 분리”라는 대명제가 제대로 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당론이 정해진다면 당연히 따를 것이고,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사·보임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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