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상장..내년 1분기 중 완료할 방침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을 결정하면서 후속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달 중 주관사를 선정하고 주총에서 상장을 의결하는 등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가 내년 1분기 중 상장을 완료할 방침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3일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장을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 경영 시대가 사실상 개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72%)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5.1%),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37%), 차녀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8.37%)이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SDS 상장에 이어 이번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으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남매는 막대한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됐고, 동시에 지배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다만 단순히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을 그룹 전반에 확대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SDS나 삼성석유화학, 삼성자산운용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 있는 핵심 기업이어 상장 차익을 노리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그룹 지배권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

일각에서 삼성에버랜드가 상장 이후 삼성전자와 합병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 →삼성물산'이 큰 축인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의 최대주주 관계자 지분율은 20% 미만이다. 상속으로 지분율이 일부 상실된다고 가정하면 지배력이 취약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한 뒤 삼성전자와 합병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최대주주 지위를 삼성전자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을 그룹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삼성에버랜드가 상장된 이후 삼성전자와 합병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후, 지주사와 에버랜드를 합병하는 '삼성전자홀딩스'를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속이 이뤄질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현행법에 따라 그룹구조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은 보유한 자사주를 바탕으로 인적분할을 한 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고 삼성생명은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해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삼성그룹의 3세 승계 및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역시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는 반드시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는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하게 하고, 지배주주 일가가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한 삼성지주회사(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그림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현재 그룹 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약 17.65%다. 이 중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에 따라 특수관계인과 합해 15%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15%를 초과하는 금융∙보험사의 2.65%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되고 있다.

그룹 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추가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계열사 또는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따른 지분 매입이 이뤄져야 한다.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약 200조원으로 감안하면 삼성전자 지분 1%를 매입하는데 2조원의 금액이 필요할 정도로 자금부담이 상당하다"며 "총수일가 및 계열사의 예산 제약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내 지분율을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라는 주장이다.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현물출자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 내 지분율이 현재보다 약 2배 이상으로 증가가 가능하다"며 "결국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통한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확고한 지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삼성전자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가장 많이 확보하게 되는 것이 삼성물산이다. 따라서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정 연구원은 "이 때문에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이 검토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지배주주 일가가 삼성전자에 대한 추가 지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물산과 합병이 이뤄진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그룹 내 건설사업 부분의 조정 효과까지 가능해진다.

한편 삼성그룹이 지난해 9월부터 숨가쁘게 진행해 온 계열사 사업재편 작업이 에버랜드의 상장 결정으로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삼성 안팎에서는 지난달 삼성SDI 상장이 발표됐을 때 이미 다음 주자는 삼성에버랜드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에버랜드 이관을 발표할 때부터 지배구조 개편의 큰 그림을 그려오다 지난 4월 이건희 회장이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최종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되면서 승계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상장 계획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