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IATA)에 참석한 후,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총재를 만나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에쓰오일 지분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3조49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하며, 에쓰오일 지분 28.41%(3198만3586주)를 약 2조2000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카트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에 참석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람코 칼리드 알 팔리 총재와 만나 에쓰오일 지분 매각과 관련한 협상의 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구안 이행의 핵심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라며 "나머진 구형 항공기와 국내외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이 아람코 총재를 직접 만나 직접 매각협상을 벌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협상의 관건은 가격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지난해 12월 한진그룹이 자구안을 발표할 당시 에쓰오일의 주가는 7만24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5만4000원이다. 한진그룹 측과 아람코 측이 원하는 지분매각 가격차이가 최대 5880억원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아람코 측은 한진그룹 측이 요구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분 매각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에쓰오일 측과 자구안 발표 이후 여러 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하긴 했다"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이 에쓰오일 지분매각에 성공하려면, 손해를 무릅써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분매각이 지연돼 재무구조 개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매각 협상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도 있다.

아람코의 경영권 확보 문제다. 한진에너지의 에쓰오일 지분을 아람코가 인수하지 않을 경우 제3자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이는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람코가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아람코는 에쓰오일 지분 35%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2대 주주인 한진에너지는 28.41%를 가지고 있고, 지분 34.62%는 소액 주주들로 구성돼 있다.

박은경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람코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아람코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며 "제3자가 에쓰오일 지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8.41%를 인수할 경우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등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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