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심일보 대기자]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아침, 일본은 진주만에 있는 미국 태평양 함대를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도라 도라 도라'는 당시 진주만의 상공에 도착한 일본 전투기들이 작전성공을 알리는 암호였다.

그러나 일본군의 이날 기습공격으로 미국은 제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됐고, 결국 패망했다.

영화 ‘도라 도라 도라’는 독일, 일본, 이태리의 3국 동맹계약이 이루어지자, 일본 군부는 미 함대들이 모여있는 핵심요지, 진주만의 기습 공습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극비의 공습작전은 항공모함을 통해 공격이 아니라, 전투기들을 동원한 극비의 침투작전, 여러 차례 거듭되는 비행사들의 훈련을 통해 진주만 기습작전을 빈틈없이 꾸민 일본 전투기들은 마침내 진주만을 향한다.

한편, 이를 까맣게 모르는 진주만의 미국 사령관은 전투기들과 항공모함들을 공습받기 쉽게 한곳에 모아 배치해 놓고, 방심한 채 휴일을 보내려 한다. 그러나 일본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주시하던 미 정보부에서는 일본대사관에 도착하는 비밀암호를 해독하여 일본의 전쟁 위협을 경고하지만 상부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거듭되는 암호해독문서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마침내 죽음의 'D-데이'. 이미 진주만의 상공에 도착한 일본 전투기들은 작전성공을 알리는 암호 '도라 도라 도라'를 외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무차별 폭격을 시작한다. 미 항공모함들과 전투기들은 모두 박살나 버리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채 불바다로 변하는 진주만. 일본은 공습 후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전 미국인들은 이 야비한 행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중략)

당시의 상황이 지금 현해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오만과 편견’으로 시끄럽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해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며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고 외쳤다.

그러면서 “물론 제일 좋은 것은 WTO 판정 나기 전에, 양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한 타결을 이루는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매국’이냐 ‘이적’이냐다”라고 했다.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친일파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모르지 않을 조 수석이 이런 표현을 쓴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조 수석 자신이 비판하는 세력 쪽에서 ‘일본과의 갈등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조 수석의 ‘전쟁론’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비단 비판받는 쪽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21일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청와대는 국정의 최후 보루로 민감한 현안에 전면에 나서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발언에 따른 역풍이 고스란히 청와대로 돌아와 국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참모들이 할 일은 진두에서 칼을 빼들고 독전하는 게 아니다. 일본의 공세를 이겨낼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무섭도록 침착하게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일은 여당의 몫이다. 조 수석은 언행을 더욱 무겁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금은 ‘1941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 '패전'은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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