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구조조정 타깃 삼성물산 유력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다음 조정 타깃으로 삼성물산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을 큰 축으로 하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4.1%), 삼성SDS(17.1%)와 삼성에버랜드(1.5%), 삼성종합화학(37.0%) 등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이 높다.

 
즉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3세 승계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까지 보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아직까지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 사업 조정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이 발표된 만큼 조만간 건설 부문에서도 중대한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가에서 제기하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4개 계열사의 건설 부문이 합해진 '통합 건설사'의 출범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한 뒤 이후 삼성중공업과 삼성에버랜드의 건설 부문까지 흡수해 거대한 하나의 건설사로 재탄생된다는 것.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하면 매출액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사가 탄생된다.

이 가설은 삼성물산이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7.8%까지 확보하며 제일모직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고, 또 삼성SDI와 합쳐지는 제일모직의 지분 13.1%까지 확보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삼성그룹의 건설 사업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데, 전반적인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을 상사와 건설 부문으로 나눈 뒤, 건설 부문을 삼성엔지니어링의 건설 부문과 합병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추후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중공업의 건설 부문이 삼성물산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마련된다.

또 남은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은 삼성에버랜드의 서비스 부문과 합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건설 부문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상사 부문을 맡는 것도 가능해 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함께 그룹의 모태로, 특히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따라서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사업회사는 건설이 맡고, 지주회사는 에버랜드와 삼성전자홀딩스를 합치는 방안 등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지분구조는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건설을 구조조정하는 효과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는 또 다른 근거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과도 맞물려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그룹 관계사 지분가치는 총 11조2000억원으로,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삼성전자다. 현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외부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때문에 삼성물산도 필연적으로 인적분할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삼성물산의 인적분할에는 걸림돌이 있다. 그룹 관계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자사주도 많지 않다는 것. 현 상태에서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삼성물산 홀딩스의 삼성물산 사업회사 지분은 자사주 5.9%가 전부다. 삼성물산 홀딩스가 삼성SDI 홀딩스(삼성물산 지분 7.2% 보유)와 합병한다고 해도 삼성물산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13.1%에 그친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통해 자사주 및 그룹 내부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며 "또 합병 후 삼성물산 홀딩스와 삼성물산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삼성물산 홀딩스와 삼성전자 홀딩스, 삼성SDI 홀딩스 3사간 합병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삼성그룹은 이 모든 과정을 지주회사 설립 관련 과세특례가 만료되는 2015년 말까지 끝내야 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재편 행보는 앞으로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며 "가장 빠른 시일 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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