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2월 11일 오후 6시 강원 춘천시 하이마트 사거리에서 박근혜 퇴진 춘천시민행동이 주관한 15차 시국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김민호 기자] “우리는 민주 자유 공화의 균형과 조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문제를 공론화하고 반민주, 반자유 정책을 풍자했다고 해서 경찰은 대학 내 CCTV를 확인하고 지문 감식을 통해 게시자를 색출하고 있다. 왕을 비판한 격문을 붙였다고 의금부가 바빠진 건가.”

만우절인 지난 4월 1일, 전국 450개 대학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서초구 대법원 등에는 거짓말 같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대협 명의의 대자보 두 장이 나란히 붙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과거 전국대학총학생회장협의체였던 전대협 명의의 ‘남조선의 체제를 전복하자’는 제목의 대자보였다.

그러나 대자보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대북 정책 등을 비판한 내용이었고, 제작자도 과거 학생운동 단체를 패러디한 신(新)‘전대협’이었다.

대자보의 골자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의 정책으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인정을 안 한다는 거다.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가 있는 정책을 수정해주길 바란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날의 패러디와 풍자를 통한 ‘대자보 공론화’는 만우절과 겹쳐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신전대협은 4월 6일 서울 대학로에서 ‘문재인 퇴진 촛불문화제-이건 나라냐’를 열어 정부 비판을 이어갔고,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인터넷을 달궜다.

“조국 사태는 사법행정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의 도덕적 자질이 본질이다.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직결된 문제로 이해한다. 과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촛불시위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이냐”

‘강남 좌파’의 상징인 조국 때문에 온 나라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빠진 작금의 상황에 대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최근 정부를 향해 던진 질문이다.

▲ 인사청문회를 마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을 떠나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7일 '조국의 위기, 여당의 오판, 정치의 몰락'이라는 제하의 경향신문 컬럼을 통해 '조국 사태'를 진단했다.

필자는 작금의 상황을 "대중은 이슈 자체가 아니라 이슈를 다루는 태도를 보고 정치적 지지를 결정한다. 조국 사태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 싸움을 물러설 수 없는 ‘진영 간의 전쟁’으로 규정한 전략적 오판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위험한 전략이다. 이 싸움은 보수 진영, 자유한국당, 언론, 검찰과의 싸움이 아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고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만) 조국 임명에 대해 비판적인 지지층에 맞서고 있는 것이 이 싸움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조국 이슈가 ‘문재인 이슈’로 전환되면서 자진 사퇴 가능성에 기대를 갖고 있던 중도 스윙보터가 이탈하면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권도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던 중도 보수층이 이탈하면서 무너졌다. 40%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 중에서 이탈자가 나오는 것을 의미하므로 위기의 징후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훨씬 더 치명적인 리스크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검찰, 언론, 야당에서 스모킹 건이 나오면 연대 보증을 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감당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검찰을 개혁 주체로 보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진검승부는 피할 수 없다. 검찰이 전광석화 같은 기습을 했다. 검찰의 칼이 훨씬 예리하고 빠른데 싸움의 기술도 능하다. 회복불능의 치명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했다.

그는 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불공정’에 예민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는 “이건 나라냐”로 되돌아올 것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의 어떤 메시지도 생명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메신저 거부 현상 때문"이라고 했다.

"조국 후보가 사퇴할까? 아니면 임명을 강행할까? 임명한다면 대통령 지지율 40%가 붕괴될까? 검찰 수사에서 치명적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35%도 무너질까?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에서 당·정·청 전면 쇄신론이 나올까?

"조국 장관이 임명되어도 검찰개혁은 (야당과 검찰의 반발로)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본인이나 가족이 기소된다면 대권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후보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싸움의 본질을 진영 간 싸움으로 보는 전략적 오판 때문일 것이다. “조국이 무너지면 문재인도 무너질 것”, “조국을 지키지 못하면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릴 것”, “검찰 개혁에서 큰 성과를 내면 지지율은 회복될 것”, “그래도 자유한국당에 지지는 않을 것” 등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옳은 판단일까? "

필자는 "아마도 오판일 것"이라고 했다.

댓글로 응원하거나,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포털 실검 순위를 끌어 올리는 극단적 지지층이 정권을 지키거나 선거에서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잘못했을 때 지지를 철회하는 중도 스윙보터의 지지를 잃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정치는 단순하다. 지지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예외가 없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강남 좌파의 몰락이 민주화 세대의 몰락을 재촉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라인홀드 니버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비판한 대로 비도덕적 이슈를 도덕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진보의 도덕 정치가 파산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김대중·노무현·김근태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모인) 민주당이 당내 이견을 전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국 이슈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던 조응천·박용진 두 의원이 당내에서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당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정권이 더 쉽게 무너지는 것을 박근혜 정권에서 보지 않았는가. 지금은 모든 정치 세력의 상징 자본이 다 잠식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자유한국당에는 ‘자유’가 없고, 바른미래당에는 ‘미래’가 없고,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는 위선의 시대"라면서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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