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광장의 정치’에 여야가 깊숙이 개입하면서 두 달째 이어지는 ‘조국 정국’의 출구가 막혔다. 여야 모두 ‘집회 참여 인원=정치적 정당성’이라는 오류에 빠져 ‘내 편’이 참여한 집회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네 편’의 집회는 평가절하하는 ‘분열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은 “대한민국에 중요한 국정은 오갈 데 없고 ‘조국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 여당에 있다”며 분열의 책임을 조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지 않는 여권에 돌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서초동 촛불집회는 범보수 진영과의 세 싸움이 아니라, 검찰개혁의 시대적 당위성을 드러내는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서초동 집회’와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가 상반된 성격으로 열리고 있지만 청와대는 일부 언론을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언급만이 간헐적으로 나왔을 뿐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내놓더라도 양분된 여론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의 침묵은 자칫 상황을 점점 악화시킬 수 있다. 국가 콘트롤 타워, 시민들, 그리고 사회 전체가 자제력을 잃고 있다. 내전의 시작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지영해 옥스포드대 교수는 <내전의 시작인가?>라는 글에서 "내전은 갈라선 두 집단간의 증오와 공포를 먹고 자란다. 박근혜 탄핵때만 해도 좌파와 우파, 촛불과 태극기는 탄핵이라는 객관적 이슈를 놓고 갈라졌었다. 지금은 다르다. 상대쪽 인간에 대한 증오로 갈라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좌쪽이나 우쪽이나 큰 지혜, 큰 정치로 사고의 패러다임을 깨지 않고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마키아밸리는 군주론에서 "당면한 위험을 피하려는 우유부단한 군주는 중립노선을 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개 파멸에 이른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그간 ‘통합과 공존’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 만큼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이영성 편집인은 6일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의 인식은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될 것 같다. 하나는 조 장관이 직접 법을 위반한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덕적 비난도 정파적이며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가혹한 언론 보도,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서 살아남을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있겠냐는 것이다. 심지어 “윤석열 검찰총장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구체적 의혹들을 적시하는 여권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그런 인식은 보통 사람의 몫이지 통치권자의 판단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조 장관의 위법은 드러난 바 없고 실제 없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가 과거에 비난하고 조롱했던 보수 인사들의 편법적 행각들을 버젓이 했다는 도덕적 하자까지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정권에서 하려다가 좌초한 검찰 개혁을 이루려면, 이를 추진할 수장이 명분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야권 지도부, 가혹한 수사를 벌이는 검찰 수뇌부보다 더 깨끗하다는 첩보나 비교우위론에 빠져 있는 한 이 난국은 풀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모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 밀릴 때는 밀려야 한다. 그런 모습이 민심을 돌아오게 하고, 정권이 원하는 개혁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문했다.
 
바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군주가 국가의 재난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 모르고 있다면, 이는 참으로 현명한 지도자가 아니다"는 마키아밸리의 말을 곱씹어야 할 때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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