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김민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시작된 '조국 블랙홀'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내년 4·15 총선까지 남은 6개월 동안 정국은 여러 차례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현재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찬반 대치의 여파가 총선까지 이어질지다. 여기에 보수발(發) 정계개편 여부와 선거제 개혁안의 향배, '물갈이'로 표현되는 여야의 인적 쇄신 전략까지 다양한 변수가 총선 판도 및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등 각종 정책과 실정을 비판하는 정권심판론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되, '조국 리스크'를 최대한 부각해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내외 투쟁은 '조국 대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원내에서는 조 장관의 힘을 무력화하기 위한 직무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제출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원외에서는 조국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장외 집회로 대정부 투쟁 열기를 갈수록 최고치로 끌어올려 세(勢)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여당의 최대 복병은 다름 아닌 조국 장관이 된 형국이다. 조 장관이 퇴진하게 될 경우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도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나 총선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연일 조국 방어전에 총력을 쏟긴 하지만 조국 장관을 지켜도, 못 지켜도 민심 이반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여당을 지지해오던 기존 중도층의 상당수가 돌아서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지지층이 확산됐던 PK(부산·경남) 지역에서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은 조 장관과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 등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를 당분간 지켜보면서 민심 탐색전을 이어가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 검찰 수사결과는 야권의 조국 규탄에 힘이 실릴지, 여권의 검찰개혁에 드라이브가 걸릴지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여권의 바람대로 '서초동 촛불집회'를 동력 삼아 '조국 프레임'이 조국 대 검찰, 개혁 대 반(反)개혁으로 고착화하고 조 장관이 끝내 퇴진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으로서는 당 지도부 리더십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조 장관 퇴진으로 문 대통령의 존립 기반까지 위협받게 될 경우, 친문(親文) 진영의 강한 반발로 민주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어 당 전체가 수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대통합과 호남 신당 창당 등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선거 구도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야권발 정계개편'은 내년 총선 판세를 가를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바른미래당의 당권파 대 비당권파 갈등, 민주평화당의 분열 등은 정계개편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범보수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마련될지 관심사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우리공화당이 '보수 대통합'을 기치로 한데 뭉친다면 내년 총선은 보혁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단식중인 이학재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퇴진파 간 내홍이 격화되면서 분당 수순을 밟을 확률이 커졌고,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대안신당(가칭)을 중심으로 한 호남 의원들의 합종연횡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 보수 야권은 현재의 구도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경우 공멸할 가능성이 높아 보수대통합의 필요성은 각 당 모두 절감하고 있으나 통합 방식과 시점이 관건이다. 심지어 한국당 내에서도 의원들 지역구와 계파 성향에 따라 보수통합론에 온도 차가 있다.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은 보수 텃밭을 둔 영남권 의원보다는 3~5% 득표율로 당락이 결정되는 서울·수도권 의원들이 요구하는 분위기다.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에는 비박계보다는 친박계가 다소 우호적인 편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보수대통합 의지를 여러 번 천명한 바 있지만, 통합 작업이 연말을 넘기면 타이밍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많다. 다만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탈당 시점에 따라 보수통합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안철수계 의원들이 연합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손학규 대표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에 따라 흔들릴 여지가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곧바로 내년 총선부터 적용되는 경우, 새로운 선거제도가 전반적으로 군소정당에 유리한 만큼 보수 통합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 '박근혜 탄핵' 책임을 두고 여전히 서로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신당 창당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이 같은 견해를 뒷받침한다.

야권 한편에서는 당 대 당 방식의 통합 대신 보수 후보단일화나 선거연대 형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당 안팎의 거센 저항과 반발에 직면할 수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래 당 지지율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고 있고, 당 운영도 안정되어가면서 의원들의 자신감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며 "분위기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 공천을 요구한다면 선뜻 복당을 받아주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대권주자인데 안정권인 TK(대구·경북)보다는 서울이나 수도권 험지에서 싸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유승민계 의원들의 탈당이 현실화 될 경우 대안신당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호남 의원들과 합쳐 몸집을 불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안신당의 박지원 의원과 바른미래당의 박주민 의원 등을 중심으로 상당수 호남 의원들이 호남 신당 창당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진다.  

이와 달리, 군소정당 약진이 쉽지 않은 경우 총선 구도가 거대 양당 체제의 지역 대결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흡수되고,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계나 대안신당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 출마할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이런 경우 선거 구도가 호남 대 영남 지역대결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밖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고소·고발 사건이 공천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60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여기에 문희상 국회의장까지 모두 110명이다. 일부 한국당 의원은 "검찰이 전방위로 '조국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의 형평성을 의식해 예상보다 세게 한국당을 수사하는 게 아닐지 신경쓰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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