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정, 5차 공판 출석 장면
[신소희 기자]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전화통화 음성이 흘러나오자 법정 안이 술렁였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말해서다. 이는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50분께 이뤄진 통화이기 때문이다.

방청석에서는 “성폭행당할 뻔했다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통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이날 열린 고씨의 여섯 번째 공판에서는 고씨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통화 내역 등을 중심으로 검찰이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인 수면제 성분 ‘졸피뎀’ 사용과 관련해 고씨가 의도적으로 흔적을 감추려했던 정황과 증거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충북 청주에서 처방받은 감기약과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7정을 제주로 가져갔는데, 검찰이 고씨에게 압수한 분홍색 파우치 속 약봉지를 확인한 결과 수면제 7정만 모두 사라져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는 또 재판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이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사건 현장에 있던 아들은 피해자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먹었으며 고씨만 먹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고씨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도 주목했다. 해당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햇반과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 등이 담겼다.

이날 고씨의 계획 범행을 입증할 검찰의 새로운 증거들이 다수 제시됐다.

범행 장소에 남겨진 혈흔을 놓고 고씨 측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최소 15회 이상 흉기로 찔렀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정적 분석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국과수가 범행현장인 펜션 벽에 튄 혈액의 흔적과 혈액량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국과수는 이를 통해 “혈액 흔적이 난 방향과 혈액량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적어도 15회 이상 흉기로 피해자를 찔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펜션 다이닝룸에서 9차례, 부엌에서 5차례 흉기를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고씨가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용과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내역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고씨의 검색에 대해 검찰은 “단순히 우연하게 이뤄진 검색이 아니다”라며 “이 검색 내용만 갖고도 고씨가 당시 무엇을 생각했고, 무슨 행동을 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고씨 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범행 장소인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요청을 철회했다. 이날 유족들은 검찰 측의 증인신문에서 고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A군(5)의 사망 사건은 이번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이 이번 주 내로 A군을 살해한 혐의로 고유정을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여서다. 고유정은 지난 3월 2일 수면제를 넣은 음식 등을 먹여 잠든 사이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유정의 전남편 살해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