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 전 대통령은 소양강댐을 건설하기 위해 국내 대표건설사 4개사 대표를 청와대로 불렀다.

당시 어떻게하면 수주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할 때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은 서울 지도를 펼쳐놓고 상습 침수구역 중 소양강댐이 건설되면 침수되지 않을 지역을 찾아 그 곳의 땅을 싸게 샀다. 어차피 상습 침수구역이라 거들떠 보지도 않던 땅이었다.

그 땅이 바로 압구정동이다. 지금도 압구정동엔 현대건설의 땅이 많고 백화점도 있고 다른 건설사들이 댐공사 수주에 치열하게 경쟁할 때 정 회장은 한단계 더 멀리 내다봤다.

한 학교에서 선생님이 초등학생들에게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되느냐 물었다. 대부분이 물이 된다고 했는데 한 학생이 "봄이 온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감동스럽고 획기적인 대답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남들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한 결과이다.

임계점(臨界點). 물이 끓는 온도가 100도인데 99도 까지는 물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 1도, 이 1도가 채워져야 물이 끓고 성질이 변하고 임계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를 거치며 당시 한국당은 풍전등화나 다름 없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다. 민심은 돌아섰고, 당은 사분오열됐다. 개혁의 바로미터인 인적청산과 당 혁신작업 역시 물건너 간지 오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번의 기회는 오는 법,  '조국 사태'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조국 사태'에서 대중은, 특히 젊은 세대는 '조국'이 불을 지핀 계급 담론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뜨겁게 분노했다.

한국당은 "좌파독재", "경제파탄" 등 이념과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극우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전방위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외연확장에 반드시 필요한 합리적 보수층과 무당층을 끌어안는 데에는 실패했다.

앞서 한 초등학생의 '봄이 온다'는 감동과 확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닌 '악수'를 거듭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당내 '조국 TF'에 표창장을 수여했다.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 대해서는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가 당 안팎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당시 보수언론인 <조선일보> 조차 '당원조차 암담함 느꼈다는 한국당의 표창장 수여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모든 사태에 웃고 즐기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한국당 내에서는 웃음꽃이 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국 사태로 대통령과 야당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한국당의 지지율은 사실상 제자리라고 한다. 중도층이 여당 지지에서 이탈해도 한국당으로는 가지 않는다"며 "이 현실에서 반성하고 자성하면서 뼈를 깎는 각오를 다지기는커녕 유치한 행태로 국민 혀를 차게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당 인재 영입 논란 역시 같은 맥락이다. 황교안 대표가 '삼고초려'를 해가면서 영입에 공을 들인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이 '공관병 갑질 논란'에 이어 '삼청교육대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입동(立冬)인 오늘,  '묻지마' 보수 통합이란 화두로 또 한번의 반전을 꿈꾸지만 공천 가산점, 인재 영입 논란 등으로 세간의 시선은 이미 싸늘해진지 오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화장의 혜안도 초등생의 발상의 전환도 없이 '그들만의 리그'에 아우성 치는 '꾼'들의 추한 모습만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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