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원우(왼쪽)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 재임 시절인 지난해 11월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덮어씌운 더불어민주당의 '물타기' 시도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까지 검찰이 확인했다는 사실은 두 가지다.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비위 첩보를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내려 보냈다는 것과 그 첩보 문건은 민정비서관실에서 만들었으며 이를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같은 민정수석실 산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넸고, 이것이 경찰에 내려가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소위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인물은 백 부원장, 박 비서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 등 3명이고 이 중 '몸통'이 백 부원장이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일을 백 부원장 단독으로 기획했느냐이다.

29일 다수의 언론을 종합하면 검찰이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부하 직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수사 상황 등을 점검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파견된 이 직원들은 공직자 비리 감찰을 전담하는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아닌 백 전 비서관이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던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 소속으로 알려졌다.

경찰 사건이첩을 주도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담당 업무인 대통령 친인척팀(4명)과 별도로 ‘민정특감반(2명)’을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의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 실무진이 ‘민정수석실 사건이첩 기준’을 들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위 사실 경찰 이첩에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에 정통한 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실무진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를 경찰청에 이첩할 경우 민정수석실 사건이첩 기준에 위배된다는 견해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백 전 비서관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실에 해당 사건에 대한 이첩을 강하게 의뢰했고 결과적으로 울산지방경찰청을 통해 수사가 진행됐다. 이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번 하명 사건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특혜 제공 의혹이 제기됐던 B 해운사 사건과 성격이 같은 구조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B 해운 사건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제보를 바탕으로 보고한 내용으로 반부패비서관실에서 자체 이첩 기준에 따라 경찰에 이첩하지 않기로 한 사건을 백 전 비서관이 경찰에 이첩하도록 했다고 한 사건이다. B 해운 사건은 이 회사의 여객운송사업 면허 발급 과정에서 김 전 실장 등이 관련됐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경찰이 조사를 벌였지만 내사 종결한 사건이다.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인물은 백 부원장, 박 비서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 등 3명이고 이 중 '몸통'이 백 부원장이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일을 백 부원장 단독으로 기획했느냐이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정치권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은 대형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복 있다.

백원우(53)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문재인 정권의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 사대부고, 고려대 신문방송학 학사, 고려대 정책대학원을 졸업한 백 전 비서관은 고(故) 제정구 전 의원을 만나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 1997년 노무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의 비서로 들어가 인연을 맺었으며, 2002년 대선에서 노 후보 인터넷 홈페이지인 '노하우'를 운영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을 역임한 후 총선에 도전, 17·18대 국회의원(경기 시흥갑)에 당선됐다. 2014~2015년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시흥갑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자 "여기가 어디라고…"라며 고함을 지르고 뛰어나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백 전 비서관은 지난 2017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손발을 맞춰 일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지난 2월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를 떠난 뒤에는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취임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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