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김민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찾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 전 의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국회에서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 후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처리가 길어지면서 발표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직접 발표한 것은 이낙연 총리 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이던 2017년 5월10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서훈), 대통령 비서실장(임종석), 경호실장(現 경호처장 주영훈)을 직접 발표했었다.  

이 총리는 다음 총선에 지역구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다. 내년 1월16일까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해 후임자를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 달 이내에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무총리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총리 교체는 대표적인 '경제통'이자 국회와 협치를 부각할 수 있는 정 전 의장을 총리로 내세워 집권 중반기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차기 총리에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여러 카드를 놓고 고심했다. 정 전 의장도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로 가는 것 첫 사례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 총리 적임자가 마땅치 않고,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경제가 악화하면서 새 총리에 정 전 의장만한 인물이 없어서 청와대가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후 인선을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지금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선거법 개정안 등이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다"며 "무작정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이 총리가 다음 총선에 지역구로 나가기 위해서는 내년 1월 16일까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청문회 일정을 더 미루기 어려웠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이

다만 정 전 의장 지명이 발표될 경우 입법부의 수장 출신 인사가 사실상 행정부의 '2인자'가 된다는 점에서 국회에서의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로 정 전 의장의 총리 유력설이 불거지자 야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입법부 수장을 했던 정 전 의장을 행정부의 2인자로 삼겠다니, 3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나"라며 "유신독재 시절에나 있음 직한 발상이다. 이런 식이라면 인준 투표 때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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