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심
[신소희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가 설전을 벌이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연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데 이어 재판 당일 의견 진술이 허가되지 않으면서 검사와 부장판사간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9일 오전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4차 공판준비기일과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약 70분간 진행했다.

지난 준비기일에서 재판부와 검찰의 신경전은 예고편에 불과했을 정도로 이날 재판부와 검찰의 공방은 극에 달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와 공판을 이끄는 고형곤 부장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왔고, 총 9명의 검사가 출석했다. 변호인도 법무법인 다산 소속 김칠준 변호사를 포함해 총 7명이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가 입정하고 오전 10시께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검찰은 지난 기일 진행에 관한 항의를 시작했다.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에 맞춰 먼저 지난 기일 조서에 관한 서면을 구두로 말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의견서를 읽었다. 재판부의 예단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인데 재판부 중립성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계속 진행하려 했지만 고 부장검사가 일어나 "재판 진행 관련해서 전혀 진술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송 부장판사가 "앉으라"고 호통치듯 말했음에도 고 부장검사는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을 이어갔고, 검사들이 연이어 일어서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송 부장판사는 검사들의 말을 끊으며 "검사님 이름이 뭐냐"고 묻고 착석을 요구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벌어졌다.

결국 고 부장검사가 "의견 기회를 안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고 말하자 송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하면 재판 진행을 못 한다"고 답했다. 이에 강백신 검사가 "소송지휘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하자 송 부장판사는 즉각 "기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변호인이 의견을 밝히는 와중에도 검찰은 항의하며 "변호인은 구체적 의견까지 실물화상기를 제기하게 하는 편파적 진행에 정식으로 이의제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 부장판사의 제지에도 검찰이 번갈아 가며 의견 개진을 계속하자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강 검사는 "검찰에서 완전히 말을 종결하고 뜻을 전달하기 전에 재판장님이 말을 중간에 끊어서 의견이 제대로 전달 안 됐다"며 "이같은 소송지휘는 적절치 않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근거해 이의를 제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와의 공방 외에도 변호인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을 지켜보던 김칠준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 대전제는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충실히 따르는 것을 전제하는데 30년 재판을 했지만 이런 재판은 본 적이 없다"며 "검찰 모두가 한 명도 예외 없이 재판장 발언을 제재하거나 일방적으로 말했다"고 검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고 부장검사는 "저희도 재판장님이 이렇게 검사의 의견을 받지 않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송 부장판사는 "중립적 재판 지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방을 매듭지었다.

재판이 마무리될 때쯤 고 부장검사는 "저희의 소송 지휘에 대한 이의 제기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통감한다"며 "차회에 재판 진행 관련해 불필요한 잡음이나 마찰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 교수의 두 건의 재판은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끝에 오전 11시9분에 끝이 났다. 법정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검찰의 지난 17일 추가기소에 따른 또 다른 쟁점들이 생기며 향후에도 일촉즉발의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송인권(51) 부장판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9년생인 송인권 부장판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35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5기로 수료했다. 이후 1999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송인권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10일 오전 열린 정경심 교수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범, 범행일시, 장소, 범행방법, 행사목적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된 만큼, 동일성 인정이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측이 반발하자 송 부장판사는 추가 기소된 사모펀드·입시비리 등 사건에 대한 기록을 검찰이 정 교수 측에 서둘러 제공하라며 '보석 석방'을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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