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이른바 범여권 ‘4+1’ 협의체가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이 30일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1’ 협의체는 선거의 룰을 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공수처법까지 일방 처리했다.

통과된 공수처법은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원안에 없던 조항이 추가되고, 공수처가 요청할 경우 이첩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공수처를 사정기관의 ‘옥상옥’으로 만들어 입맛에 맞지 않는 검경의 수사는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31일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발의된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위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독립된 수사기관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태동됐다. 하지만 ‘4+1’ 공수처는 오히려 권력층 비리 수사에 나서는 검찰 견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검은 “독소조항이 들어간 공수처는 수사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공수처가 사사건건 검찰을 비롯한 다른 사정기관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공수처 설립은 장단점이 있으며 예상되는 부작용들은 당초 설립 취지에 충실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 그러나 ‘4+1’은 공수처에 비대한 권한을 부여해 부작용 소지를 키우고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 변질시켜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4+1’ 협의체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임의 기구다. 여당과 군소야당이 밀실 협상을 통해 선거법에 이어 공수처법까지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섭단체 대표 협상이라는 국회법상 대원칙은 철저히 무시됐다. 잘못된 선례는 두고두고 우리 헌정사에 입법 농단으로 남을 것이다. 여당과 군소야당의 정치적 야합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수처법 통과 직후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일방 독주라고 항의하며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심 원내대표는 "예산안 불법 날치기, 선거법 불법 날치기에 이어 3번째로 날치기가 이뤄진 데 대해 의원들 모두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데 이르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이를 지켜보는 민심은 싸늘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의 사직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찬성이,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다. 그전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사직 의사를 서면 또는 구두로 철회할 수도 있다. 한국당 자력으로 사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도 총사퇴 결정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의원직 총사퇴도 의미 없다"며 "야당의 존재가치가 없다면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거라"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에서는 "저질 공갈일 수밖에 없다. 총선이 석달 반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실효성이 있을 리 없고 비웃음이나 사기 딱 좋은 헛발질"이라는 비아냥 담긴 논평까지 냈다.

그렇다면 국민의 눈에 비친 한국당의 모습은 어떨까

전날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은 "문제는 무능하고 오만한 집권세력을 정죄(定罪)하고 심판해야 할 제1 야당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이다. 한국당의 비호감 비율은 부동의 1위여서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 심판론’이 나올 지경이다. 이래서는 제아무리 머리를 깎고, 밥을 굶고, 거리로 나가도 소용없다. 조국 사태에 분노해 광화문에 나갔던 진보나 중도, 합리적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지만 맨정신으론 한국당을 지지할 수 없다”고 고개를 돌린다."고 밝혔다.

이어 황교안 대표의 정치철학과 리더십이 문제도 지적했다. 이 주필은 "극우에 가까운 닫힌 사고와 행동, 빈곤한 상상력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가치와 비전의 제시를 가로막고 있다. 끊임없이 통합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측근만 챙긴다. 읍참마속(泣斬馬謖)한다며 대대적 인적쇄신을 약속했지만 당해체를 요구한 개혁파 김세연 의원만 여의도연구소장 직에서 쫓아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퇴진도 의원총회가 아닌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했다. 나경원은 눈물을 흘렸고, ‘절대황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심과 유리된 꼰대정당이 된 이유다. 진보세력이 헛발질해도 “약자를 위하려는 진정성과 공감능력은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과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민주당은 실패한 정책만 바꾸면 다시 지지하지만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싫다”고들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당의 급선무는 의원직 사퇴가 아닌 '좀비정당' 한국당을 미련없이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체질의 보수 정당을 만들어 국민이 지지할 이유를 제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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