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김민호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수사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이 사건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126일 만이다. 이 기간 동안 조 전 장관 이슈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다만 조 전 장관은 '하명수사' 및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여전히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31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지난 4개월간의 수사 과정을 "태산명동에 서일필 (泰山鳴動 鼠一匹·야단스러운 소문에 비해 별것 아닌 결과)"이라고 평가했다.

윤 수석은 "언론 보도를 보면 조국은 중죄인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 수사의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의 유무죄는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더 이상의 언론플레이는 하지 말길 바란다. 국민과 함께 최종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등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에 관련해서는 송철호 울산시장 등 핵심 인물을 조사한 뒤, 조 전 장관의 관여 여부 등을 들여다본다는 게 검찰의 구상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는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혐의점을 보강한 뒤 기소할 방침이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조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으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입시 비리 혐의의 공모 관계에 있는 자녀들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모펀드 비리 의혹, 증거인멸과 관련된 인물들도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에도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에 있었던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청와대의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송 시장의 상대 후보였던 김 전 시장은 울산경찰청이 청와대의 첩보를 받아 자신을 수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송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 측에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제보하고, 청와대가 이를 가공해 경찰에 내려보낸 것으로 의심 중이다.

특히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그의 지시를 받은 특별감찰반원들이 첩보를 수집·편집했다는 의혹이 있다. 조 전 장관은 백 전 비서관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점에서, 첩보 생산과 이첩 등의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현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한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는 송 시장과 경쟁 관계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 전 장관이 얘기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 측이 선거 공약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울산시장 후보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벌어진 선거개입 의혹 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실제 관여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구속 수사를 시도했지만, 법원은 "혐의가 소명되나 구속의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혐의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낸 만큼 수사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유 전 부시장의 비위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게 한 정확한 경위를 추궁할 계획이다. 감찰 중단의 배경에 다른 인물의 요구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수사 넉 달 만에 조 전 장관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조 전 장관 측은 기소 후 낸 입장문을 통해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수사 내용이나 오늘 기소 내용은 모두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무죄를 밝혀나가겠다"고 했다.

서울대 "조국, 직위해제 고려 대상…의무사항은 아냐"

현편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 등으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가 재직 중인 서울대학교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31일 오후 서울대에 따르면 학교 측에서는 아직까지 조 전 장관 기소에 대한 수사기관의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 서울대는 통보를 받게 될 경우 조 전 장관에 대한 교내 신변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날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수직을 임명권자(총장)가 면할 수 있어 (조 전 장관이) 직위해제 고려 대상인 것은 맞다"면서도 "의무사항은 아니고, 또 수사기관에서 관련 통보가 아직 오지 않아 학교에서 어떤 절차 등을 진행할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통보가 오면) 검토 후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통상) 구속기소가 되면 거의 99% 이상 직위해제는 된다고 보면 된다"며 "학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처는 직위해제 또는 징계위 회부 등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교원 인사 규정은 파면·해임 또는 정직 등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되거나, 약식명령 청구가 아닌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해서는 직위해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징계는 징계위원회가 진상조사 및 징계 의결, 징계위에 회부된 당사자의 소명 등 절차를 거쳐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또 금고 이상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될 경우 당연퇴직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해임이 되는 징계 처분도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직위해제는 별도 위원회 논의 등을 거치지 않고 총장 결정으로 조치될 수 있다. 직위해제가 되는 경우 조 전 장관은 내년 강의를 하기 어렵게 된다.

조 전 장관은 지난 9일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2020학년도 1학기 '형사판례 특수연구' 강의 개설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교육공무원법 제44조에 따라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면서 학교에 휴직계를 냈고, 올해 8월1일자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에 복직했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면서 복직 한달여만인 9월9일 다시 휴직원을 낸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4일 장관직 사퇴 직후 다시 대학에 복직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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