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네온
[이미영 기자] "2014년에 개봉한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공허함에 빠진 외로운 남자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깊이 이해해주는 '사만다'를 만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 덕에 삶의 기쁨을 되찾고,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비록 사만다는 인공지능(AI)이지만..."

과거에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도화된 AI가 이제는 현실이 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가 극비리에 추진해온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이 베일을 벗었다.

네온은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의 산하 연구소인 '스타랩스(STAR Labs·Samsung Technology & Advanced Research)'에서 개발한 것이다. 현재 스타랩스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MIT미디어랩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14년 당시 33살의 나이에 상무로 승진한 '천재과학자'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 SRA 전무 겸 스타랩스 CEO다.

이날 네온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미스트리 CEO는 "우리는 가상에서 만들어낸 것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냐는 물음에서 네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흡사 실제 사람처럼 생긴 네온은 수백만 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며 다양한 외국어도 구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네온은 기존 AI 비서처럼 '헤이 네온'이라 부르는 인터페이스가 아니다"라며 "간단히, 친구다"라고 설명했다. 네온은 머신 러닝 방식으로 경험을 통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발전하는 인공 인간이다. 스타랩은 또한 네온이 사용자와 웃음과 농담도 나눌 수 있다면서, 비서가 아닌 인공 인간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온은 AI 비서, 인터넷상의 인터페이스, 뮤직 플레이어 등이 아니다"며 "그저 우리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앞서 공개한 네온의 이미지에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연령대, 복장의 인공 인간들이 담겨 있다. 실제 인간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사람 모습과 유사한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온으로 사람들은 영화 'her'처럼 AI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로봇 '볼리'도 처음 공개했다. 삼성에 따르면 볼리는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 공 모양의 볼리는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 다니며 명령에 따라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하며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 케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 개인의 맞춤형 케어가 가능해 더 편리한 삶을 돕는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LG전자는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 단계를 소개했다. 박일평 LG전자 CTO는 전날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 발전 단계를 1단계 효율화, 2단계 개인화, 3단계 추론, 4단계 탐구 등 총 4단계로 나눠 소개했다.

LG전자는 가장 고도화된 4단계에 도달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까지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단계의 인공지능은 지식을 습득하면 새 정보가 사용자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상황을 제안하기도 한다.

가령 "냉각팬을 돌리면 공기를 순환할 수 있고 수면에 적합한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잘 때 냉각팬을 돌리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식이다. LG전자는 CES 부스에 'LG 씽큐존'을 가장 크게 마련하고 인공지능이 적용된 서비스, 제품으로 더 편리해진 일상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진일보한 AI 기술력을 뽐냈다. 미국 IT기업 인텔은 인공지능으로 안전한 이동성을 제공하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데모' 등 성과를 CES서 공개했다. 인텔은 인공지능으로 개발도상국 재해 구호 활동에 필요한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보쉬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햇빛 가리개 '(Sun visor)'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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