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석 원장
소염진통제는 가장 많이 쓰이는 가정상비약이면서 가장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이다. 타이레놀, 아스피린, 애드빌, 게보린 등 종류도 다양하고, 성분이 약간씩 다르지만 염증을 억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염증은 스스로 병을 치유하려는 몸의 자연적인 반응이다.

열을 내서 병균을 몰아내고, 혈관을 확장시켜 영양소를 공급받고, 노폐물과 죽은 조직을 제거해서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소염진통제는 이 과정에 관여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기증을 방해함으로써 염증을 억지로 낮추어 치료를 지연시킨다.

또 위출혈, 위궤양, 어지럼증, 구토, 전립선염, 불면증, 급성 신부전증 등의 부작용이 있고 상습 복용에 빠지기 쉽다. 특히 타이레놀은 간에 독성 물질로 작용하여 미국에서는 이미 어린이용 타이레놀은 판매가 금지되었다.

소염진통제 못지않게 흔히 쓰이는 약물이 스테로이드제다. 강력한 항염 작용이 있어 각종 통증, 알레르기 등에 사용된다. 워낙 강한 약 성분 때문에 효과가 즉시 나타나 ‘마법의 약’으로도 불리지만 약성이 강한 만큼 부작용도 크다.

대표적인 것으로 약효가 떨어지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리바운드 현상, 체중이 느는 쿠싱 증후군, 면역기능 저하, 피부 약화 등이 있다. 특히 관절 부위가 약해지고, 부신에서 스스로 코르티솔을 만들지 못하도록 억제해 호르몬 불균형이 생긴다.

그리고 진통제 중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는 약이 바로 해열진통제다. 열이 난다는 건 몸이 외부의 균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함부로 약을 먹여 열을 내리면 오히려 몸의 저항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는 것은 밤에 애가 운다고 무조건 테이프로 입을 막는 것과 같은 행위다.

세 살 미만은 38도, 세 살 이상은 40도까지 올라도 약을 먹일 필요가 없다. 머리를 차가운 수건으로 식혀주고 따뜻한 물을 먹이면서 며칠 지켜보다 별 차도가 없으면 그때 병원에 가도 늦지 않다. 뇌 손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자. 지나치게 걱정하는 부모가 이미 뇌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배앓이나 설사가 동반되면 식용 숯가루, 프로바이오틱스, 싱거운 된장국 등을 먹이고 배를 살살 문질러준다. 해열제나 감기약은 함부로 쓰지 말자. 스스로 병과 싸워 이기면서 튼튼해지려는 아이의 성장통을 옆에서 잘 지켜보자.
 
(정리=김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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