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막을 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차지하며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영화 최초일 뿐더러, 아카데미 92년 사상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처음이다. 이로써 ‘기생충’은 후보에 오른 6개 부문 중 감독‧각본‧국제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설국열차’ ‘옥자’로 할리우드 스타와 손잡기 전부터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로 해외에도 팬덤을 쌓았다. 지난해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이번 아카데미 수상 성과로 봉준호는 명실상부 세계적 명성을 공고히했다. 북미 흥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은 지난해 10월 북미 단 3개관에서 개봉했지만, 지난달 스크린을 1000개 넘게 넓혔다. 흥행 분석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9일까지 ‘기생충’의 북미 수입은 3547만 달러(약 420억원), 역대 비영어 영화 북미 흥행 6위다. 5위인 멕시코 출신 할리우드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의 스페인어 영화 ‘판의 미로’(3760만 달러)도 곧 넘어설 기세다.

지난해 북미 개봉한 비영어 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데 이어서다. 한국영화 역대 북미 흥행 신기록을 세웠던 심형래 감독 ‘디 워’의 1097만 달러는 진즉에 넘어섰다.
 
이제 관심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봉 감독은 앞서 진행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어 버전, 할리우드 버전 두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르를 규정할 순 없지만, 2005년쯤부터 구상해왔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다는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두 프로젝트 모두 큰 규모는 아니다. '기생충' 또는 '마더'와 비슷한 규모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어 버전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벌어지는 독특하고 무서운 사건을 다룬다. 내 영화의 장르를 규정짓기는 어렵다. 할리우드 버전은 2016년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고 했다.

'기생충'은 미국 방송국 HBO에서 드라마로도 재탄생된다. 봉 감독은 영화 '빅쇼트'(2015), '바이스'(2018)의 아담 맥케이 감독과 손잡고 총괄 프로듀서를 맡을 예정이다. 두 감독은 이 영화를 영어 버전으로 각색할 계획이다.

봉 감독은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로는 러닝타임 2시간 내외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영화에 반영하지 못했던 것들을 드라마에 다 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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