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만드는 신당 발기인대회 2부 행사로 열린 강연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민주당이 최근 비판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취하한 것과 관련, 이낙연 전 총리가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는 없고 텅빈 수사만 있다"며 "아주 우아하게 손을 씻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의 <이낙연, '민주당만 빼고' 고발 논란에 "국민 고통·염려에 한없이 겸손해야"> 글을 공유하며 ‘이낙연의 위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당 선거 운동을 지휘하는 이낙연씨를 봐라. 아주 우아하게 손을 씻었다"며 "민주당이 잘못했다는 말, 안 들어 있다. 임 교수에게 사과한다는 말도 안 들어 있다"고 주장했했다. 이어 그는 "그냥 상황을 우아하게 모면하기 위한 텅빈 수사만 있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위선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진 전 교수는 "아무 내용도 없는 (이 전 총리의) 저 빈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일단 민주당에서 임 교수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즉 그를 고발한 것과 그를 안철수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서 깨끗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를 고발한 문빠들의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행위니, 민주당 입장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천명해야 한다"며 "이런 구체적 행동과 함께 발화되지 않는 한, 이 후보의 저 발언은 역겨운 위선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14일 온라인 매체 '더브리핑' 고일석 대표는 임 교수와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중앙선관위에 신고했다. 그는 "임 교수는 21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전인 지난 1월 29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며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당선되지 않도  록 하는 선거운동을 해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254조를 위반했다"고 적었다.

한편 고 대표는 '조국 백서'에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해당글 전문

이낙연의 위선

얼마 전에 제가 이렇게 썼죠?

“문빠들이 임미리 교수 신상 털고 민주당 대신에 자기들이 고발하는 운동을 벌이는 모양입니다. 민주당에선 손 씻는 척 하는 사이에 밑의 애들에게 지저분한 일의 처리를 맡긴 격인데 저들은 이제까지 이런 수법으로 사람들의 입을 막아왔죠."

아니나 다를까. 지금 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 일에서 손을 떼는 척합니다. 민주당 선거운동을 지휘하는 이낙연씨, 보세요. 아주 우아하게 손을 씻으시죠?

"오늘을 힘겨워하고 내일을 걱정하는 국민이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한 국민들의 고통과 염려에 대해 한없이 겸손한 자세로 공감하고 응답해야 하는 것이 저희의 기본적인 자세다. 사람들이 일하다 보면 긴장이 느슨해지거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은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는 손 씻고 예수는 대제사장들의 손에 넘겨준 본디오 빌라도랄까? 결국 임미리 교수를 처리하는 일은 조국 백서에 참여했다는 인물이 넘겨 받았습니다. 임미리 교수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아무 차이가 없게 된 거죠. 위축효과는 남고, 민주당의 책임은 사라지고.

그 동안 민주당에서는 자기들이 처리하기에 남세스러운 일은 이렇게 아웃소싱 해 왔습니다. 오랜 세뇌의 후유증으로, 굳이 시키지 않아도 맘에 안 드는 사람 야산에 대신 묻어 줄 사람들은 차고 넘치거든요. 그들의 모토, 들어 보셨을 겁니다.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몇 주 전에 그냥 넘어갔던 칼럼인데, 민주당에서 좌표를 찍어준 셈이죠. 민주당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임미리 교수가 고발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일본 자민당과 야쿠자의 관계랄까? 일본의 우익들도 이런 방식으로 일본 특유의 우아한 공포정치를 해왔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아무 관계 없지만, 실제로는 보스와 행동대원의 관계를 맺는. 리버럴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일본 자민당을 따라가려는 모양입니다. 토착왜군가?

이낙연 후보의 발언, 다시 읽어 보세요. 민주당이 잘못 했다는 말, 안 들어 있습니다. 임미리 교수에게 사과한다는 말도 안 들어 있습니다. 그냥 상황을 우아하게 모면하기 위한 텅빈 수사만 있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위선적이라고 봅니다. 아무 내용도 없는 저 빈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일단 민주당에서 임미리 교수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즉 (1) 그를 고발한 것과 (2) 그를 안철수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서 깨끗이 사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지자들에게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민주당이 표방하는 가치이며, 임미리 교수를 고발한 문빠들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행위니,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천명해야 합니다. 이런 구체적 행동과 함께 발화되지 않는 한, 이낙연 후보의 저 발언은 역겨운 위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낙연 후보가 지지자들의 임미리 교수 고발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 보죠.

하여튼, 이 분이 이런 점잖은 표현법에 워낙 능숙합니다. 국회 대정부질의 때 보셨을 겁니다. 멍청한 자한당 의원들 말로 다 바보 만들었죠. 그런데 이번엔 상대가 자한당 의원들이 아니라 국민입니다. 그리고 수사학은 오직 진실을 바탕으로 할 때만 아름다운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일을 보니, 왠지 앞으로 남은 2년 반 동안 계속 이 분의 능란한 수사학과 싸워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뭔 얘긴지 아실 겁니다. 수사학보다 강한 것이 있죠. 바로 정직과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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