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지금은 무조건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한두 달 더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간 우리 다 죽습니다"

28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 앞 한 감자탕집 주인 김모씨(57 여)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30년 전통'의 이름값 덕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장사가 잘되던 곳이지만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김씨는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고 주변 자영업자들 모두 어려우니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인건비나 월세 등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식당도 마찬가지. 10여 미터 떨어진 설렁탕집 주인 이모(48세남) 사장은 "점심에는 그나마 손님이 있지만 저녁 손님이 아예 없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48 남)씨는 "많으면 하루 70∼80개 테이블까지 손님이 가득 찼는데 최근에는 10개 테이블을 채우는 것도 버겁다"며 "식자재를 무한정 보관할 수도 없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최모씨는 식당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덩달아 일거리가 줄었다. 최씨는 "다들 외출이나 외식을 삼가면서 자영업자 중에서도 특히 식당업을 하는 사람들이 힘들다"며 "이런 상황이 한두 달만 이어져도 곳곳에서 폐업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코로나 사태로 음식점이나 상점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기고,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취소되면서 아예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역대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부진이 지속된 영향이다. 통계청의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사업소득은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4분기에 이어 5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감소세다.

나빠질대로 나빠진 자영업자의 주머니 사정은 코로나 사태로 더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는 전월대비 8포인트 하락한 87을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3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수입전망은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에 대한 판단을 조사한 결과다. 

서울 강북의 한 쇼핑몰 안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61 남)는 지난 25일 힘든 결정을 내렸다. 직원 및 아르바이트를 6명 고용해 왔는데 이 중 한 명에게 “상황이 워낙 어려우니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통보한 것. 김 씨는 “다른 직원 두 명에게는 일하는 시간을 줄여달라고 부탁했다”며 “언제까지 버틸 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김씨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자가 격리된 사람들에게 월 100만원 넘는 생계비를 준다는데, 전염병 공포로 폐업 위기에 처한 우리나 일자리를 잃게 된 종업원들은 누가 책임져 주냐”고 하소연했다.

정부도 부랴부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조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몫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이마저 대출 이자나 보증 지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대책의 골자는, 우한 폐렴으로 매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2.0% 금리 대출을 주선하거나, 특례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한마디로 '그림에 떡'이란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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